농협, ‘관계’ 위한 노력 보여야

일방적·수직적 관계 탈피해야 … 생산자 조직화·생산체계 구축 필요

  • 입력 2017.10.22 11:58
  • 수정 2017.10.22 12:0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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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농협의 문제가 생산주체인 농가들과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컬푸드직매장에 배추가 없다고 치자.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배추를 찾으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소비자에게 편의를 주고 매출도 올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다른 곳에서 배추를 받아와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타협을 조금 뒤로 미루면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빈자리를 그대로 둠으로써 지역의 생산자가 배추를 생산하게 하거나 배추를 생산하고 있는 농가를 찾아 참여를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이 로컬푸드에서 ‘관계’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현재 농협에서는 ‘관계’에 대한 노력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10명의 생산자에게 10씩 받는 것보다 생산자 1명에게 100을 받는 것이 더 수월하고 효율적이니 대농 한 명에게서 한 품목을 다 받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생산자가 거래처로 전락한 것이다.

차흥도 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전국에 수많은 로컬푸드직매장 중에 생산자 조직이 있는 곳은 없다. 농협은 본인들의 매뉴얼을 강요할 뿐 생산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며 “지역별로 생산자 전체를 조직화하고 생산체계를 구축해야한다. 예산은 이런 곳에 들여야 한다. 생산자들은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가 있다면(특수 작목이 아닌 이상) 계획성 있게 농산물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문제제기를 넘어 농가 주도의 조직적 출하로 직매장을 이끌어나가려는 협동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농협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홍형석 나주시로컬푸드센터장은 생산자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 센터장은 “로컬푸드 운동은 누가하든, 어떤 식이든 상관없다. 농가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생산자인 농가가 주체의식을 가지고 농협이나 우리 같은 재단과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 여름에 로컬푸드직매장에는 상추가 부족하다. 시세가 좋아 여기에 내는 게 손해이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은 생산자들이 모여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며 생산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미국의 푸드허브(Food Hub)는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체계적으로 연결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로컬푸드를 구매할 의향이 있어도 정보가 부족하거나 지속적으로 공급을 받기 어렵거나 거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생산 농산물과 가공품의 수집·저장·공급·판매의 총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 홋카이도의 농협 경제연합회인 호쿠렌이 2010년 개설한 쿠루루노모리는 소비자 교류, 청소년 체험·교육, 농사체험, 가공·조리 체험, 직매장·레스토랑 운영 등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통해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한 사례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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