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걸린 진상규명, 핵심이 빠졌다

검찰,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수사 결과 발표
구은수 전 서울청장 등 4명 기소 … 강신명은 제외
백남기 투쟁본부 “추가 고발 이어갈 것”

  • 입력 2017.10.22 02:48
  • 수정 2017.10.22 02:4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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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704일 만에야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고발자인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기다린 시간에 비해 충분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울지방검찰청 형사3부는 지난 17일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장, 살수차 운용요원 한모·최모 경장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의 살수 행위와 관련해 운용지침(가슴 윗부분 직사 금지) 위반과 그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공권력 남용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이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라 살수하도록 지휘·감독하지 않은 점, 살수요원인 한모·최모 경장이 살수차 점검 소홀 및 운용지침을 위반한 점을 업무상과실로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 총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청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를 받아 든 백남기투쟁본부(투쟁본부) 측은 지체된 시간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투쟁본부는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내린 무혐의 처분은 백남기 농민 사건의 진상규명의 핵심을 빗겨나간 결과이자 가장 큰 오점이다”라며 “강신명 전 청장은 당시 경찰의 수장으로서 갑호비상령을 발동한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최고 수준의 비상명령을 내린 책임자가 강 전 청장이고, 급하게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살수차운용규정을 지키지 않은 만큼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투쟁본부는 “제대로 된 운용규정 숙지와 훈련 없이 투입된 진압 경찰들은 결국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며 “이렇게 공권력의 남용으로 인명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최고 책임자가 강 전 청장임에도 ‘직접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고발당한 경찰관 외에 사건 관련자들이 기소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기소 명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투쟁본부는 “검찰은 피고발인 이외의 참고인으로 19명을 불러 조사를 했다고 발표했지만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당시 4기동대 지휘체계 속의 ‘제3의 인물’을 포함한 추가 관련자에 대한 기소여부는 물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관련자를 인지하고도 밝혀내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적용한 업무상과실치사죄도 문제 삼으며 혐의 적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투쟁본부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살수차의 일부기능이 고장 난 상태였다는 것과 시야가 차단된 상황이었음을 인정한 점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살수차 운용 지침을 지키지 않는 상태에서 살수행위를 한 만큼 이것은 업무상과실 수준을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투쟁본부는 “검찰이 백남기 농민이 직사살수에 의해 사망한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경찰 고위간부까지 기소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최고책임자인 강신명 전 청장의 기소가 빠진 점은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며 앞서 언급한 핵심 사안을 빗겨나간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고발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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