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헌법에는 무엇을 담나

농민 권리와 불안한 국민 먹거리기본권 ‘재점화’
유엔 인권이사회도 ‘농민권리선언’ 내년 총회 통과 목표

  • 입력 2017.10.21 18:36
  • 수정 2017.10.21 18:4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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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민헌법운동본부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민헌법 논의 방향, 향후 활동 등을 설명했다.

1987년 헌법개정에선 ‘권력의 민주화’가 국민들의 여망이었다면 그로부터 30년, 2017년 헌법개정에는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농민헌법운동본부가 개헌정국에 ‘농업의 가치, 농민의 권리,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이라는 개헌 3대 목표를 밝히며 농민헌법 조항의 구체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에 담아야 할 농민헌법 관련 조항 △외국헌법에 반영된 농업조항 △개헌 전망과 국민운동상황 등 농민들이 왜 개헌에 적극 나서야 하는지,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떤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농민헌법운동본부에서 헌법팀장을 맡고 있는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개헌에 담아야 할 농업조항’을 발표하면서 “1987년 개헌 이후 시대가 급변하면서 당시에는 부각되지 않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폐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초국적 농산업 복합체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농업·농촌·농민 보호는 더 요구되는데 현행 헌법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농민관련 조항이 들어가야 하는 근거는 자본과 임노동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 경제법칙이 농민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특수성에 있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윤병선 교수는 “농민들은 땅이라는 생산수단으로 농사를 짓는데, 지역사회와 국토환경 유지발전과 국민 먹거리 등 공익적 영역과 직접 관련돼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아래 농산물 가격결정은 늘 농민들에게 불리하게 작동되고 있다. 헌법이 자본과 임노동 관계에서 불리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민에 대한 권리를 이제는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병선 교수는 농민관련 조항에 대해선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 공익적 성격은 시장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 개입을 통해 이를 강제토록 하는 내용을 헌법이 담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정리했다.

이를 위해 기존 헌법 조항인 121조 경자유전 원칙, 123조 농·어촌 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을 포함하면서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추가하고 △헌법 제121조(경자유전), 제122조(국토의 효율적 이용), 제123조(농어업 보호 육성, 지역간 균형발전, 중소기업 보호 육성, 농수산물 가격안정, 농어민자조조직 육성) 등의 내용을 통합해 농지권리, 국토 개발에 있어 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존,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속가능성 담보, 농업의 지속가능성, 여성농민 권리, 농촌지역 공동체 지속가능성 등으로 새롭게 통합구성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헌법 속 농업조항 사례를 발표한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최근 유엔(UN)의 농민권리선언 제정에 대한 흐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경호 소장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이 사실상 최하위인 우리나라는 식량주권이 중요하지만 압축성장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몰락하고 있는 농업·농민·농촌과 비례해 위축돼 가고 있는 다원적 기능도 중요하다”면서 “헌법에 이들을 각각 설치하는 것이 미래지향에 맞는 헌법조항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가 가칭 농민권리선언 초안을 마련해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제정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표결을 통해 유엔 인권위가 선언문 초안을 의결했고, 내년 유엔 총회에서 국제규범으로 채택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이어 “유엔이 세계농민들의 인권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농민인권선언 초안의 27개 조항 모두를 반영할 순 없다 해도,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취지와 가치를 헌법조항에 신설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국회 개헌특위 일정을 감안해 12월까지 농업조항을 완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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