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민은 투쟁해야 하나

  • 입력 2017.10.21 12:16
  • 수정 2017.10.21 12:1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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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수확기, 농민은 가격을 보장받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도시민의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듯 농촌의 일상 역시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을 만큼 할 일로 가득하다. 하지만 해야 할 일도 뒤로한 채 서울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기 위함이다.

농민의 경우, 따로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시간당 임금을 계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농민은 생산한 농작물로 노동의 대가를 갈음한다. 허나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처럼 농산물 가격은 당해년도 기후에 큰 영향을 받으며 기후가 적절해 한해 농사가 풍년이라 해도 풍년의 역설, 즉 가격은 떨어지기 십상이다. 또 하한선조차 정해져 있지 않아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어업을 직접 챙겨 살기 좋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노라 약속했다. 목표가격 인상과 생산조정제 실시로 생산비를 보장해 쌀값과 쌀 농업을 반드시 지키고 농산물 제값받기 프로젝트를 통한 농가소득 증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취임 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농업분야는 3개뿐으로 대선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여전히 과제목표는 농림어업인의 소득 및 경영 안정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살펴본 수확기 쌀 대책은 이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듯 쌀값 목표를 15만원에 한정함으로써 쌀값 보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대통령이 약속한 농정개혁과 거리가 멀었고 농민들로 하여금 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짓게끔 만들었다.

지난 10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쌀값보장과 농정개혁, 농민헌법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청와대 앞 대회가 끝나갈 무렵, 현장을 찾아온 신정훈 농어업비서관이 인사하자 한 농민이 외쳤다. “똑띠 좀 하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컸음을 짐작케 한 한마디였고 어쩌면 대통령에게 직접 하고팠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농업을 살리기 위해 나설 사람은 농민만이 아니다. 국가가 직접 나서 쇠퇴하는 농업을 바로잡아야 한다. 농민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또 더 이상 투쟁에 나서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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