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에서 떼다 파는데 로컬푸드?

농협, 독립매장 20% 이상 타지역농산물 허용 … 실질 정착 위한 지도감독 뒤따라야

  • 입력 2017.10.20 14:27
  • 수정 2017.10.20 14:3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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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C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농협하나로유통 발주서.

“일단 관외 농산물은 아예 들여오지 않는다.” A농협 로컬푸드직매장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농협 내부규정도 있지만 지자체 조례 등 다양한 규정이 있어 (위반할 수도 있으니)아예 관외 농산물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야 하는 로컬푸드 정신에 비춰보면 당연한 처사다.

그에 반해 B농협의 상황은 다소 달랐다. B농협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구색맞춤을 위해 타지역 농협 로컬푸드를 들여오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B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올해 9월까지 6억원어치의 농산물을 판매했지만 이중 2억원 가량이 타지역 농산물이다. 어림잡아도 33% 이상이 타지역 농산물인 셈이다.

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 운영지침엔 상품 구색 등을 위해 판매면적의 20% 이내에서 타지역농산물의 취급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독립매장에 한해서 적용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결국 복합매장으로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는 B농협은 농협 내부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B농협 관계자는 “지금도 물건이 비어있는 곳이 있듯이 지역 농산물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다른 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얘기는 적자에 허덕이는 다수의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C농협이다. C농협의 경우 로컬푸드직매장을 독립매장으로 운영하지만 부족한 농산물을 농협하나로유통에 발주해 계통조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가락시장 등 대형공판장에서 경매와 중도매인을 거친 농산물이 결국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그 비율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규모가 얼마든 이는 로컬푸드로 볼 수 없다.

농협 지침에선 타지역 농산물을 지역 농산물과 함께 진열하거나 혼재해 판매하지 않도록 했다. C농협은 ‘대체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타지역 농산물에 원산지표시는 ‘일괄’이라고만 적시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이를 일일이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C농협이 나름의 구분을 했다고 해도 소비자의 입장에선 원산지를 알 수 없는 타지역 농산물이 로컬푸드로 둔갑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일부 농협에서 타지역농산물이 로컬푸드로 둔갑하는 경우는 로컬푸드직매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양적 성장만을 앞세우다보니 벌어진 후폭풍이라고 볼 수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농림축산식품부와 로컬푸드활성화 정책을 실행하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자체, 농협중앙회가 금전적 지원만이 아니라 실질적 정착을 위한 지도·감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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