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가 된 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본질 퇴색, 경영성·효율성 매진 … 타지역 농산물에 대농 비중도 높아

  • 입력 2017.10.20 14:24
  • 수정 2017.10.20 14:2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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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7일 충남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내에 마련된 로컬푸드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규모가 적고 경제성과 효율성을 쫓다 보니 로컬푸드 정신은 사라지고 허울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승호 기자

로컬푸드직매장은 지난 2015년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로컬푸드직매장은 153개소로 그중 농협은 100개소다. 무려 66.08%의 비율을 차지한다. 로컬푸드직매장이 지역농축협의 주요 경제사업 중 하나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도 뒤따랐다. 정부의 로컬푸드 확산 정책이 로컬푸드 운동에 따른 결과임에도 그 정신은 사라지고 경제성과 효율성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농협이 발표한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나아갈 방향’이라는 보고서는 이런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현 주소를 조명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지난해 총 판매실적은 1,778억원에 달한다. 소농·고령농의 농업소득 창출이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로컬푸드직매장을 유통사업으로 이해하거나 하나로마트화 되는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지역농축협이 유통비용 절감, 판매 활성화 등 유통기능에 치중했고, 다양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교육이나 영농지도사업과 연계하지 못한 것이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조합원 저변 확대나 지역사회 신뢰 형성에 대한 관심 부족과 매장수와 판매실적 등 수치 달성을 사업목표로 삼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협에선 2020년 로컬푸드직매장 200개소 3,000억원 매출 달성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친환경농업 등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로컬푸드의 정신임에도 대안적 유통보다 관행농산물 위주의 상품 구성 등이 이뤄졌다. 여기에 더해 로컬푸드직매장이 늘어나니 물량유치 경쟁이 벌어지는가하면 구색맞춤을 명분으로 주산지 직접 조달, 농협하나로유통을 통한 계통조달, 대형 공판장을 통한 조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타지역 농산물을 들여왔다.

문제는 더 있다. 하나로마트와 마찬가지로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도 상품코드가 없어 전산집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소농·고령농을 위한 대안적 유통의 애초 취지와는 달리 대농의 판매 비중도 높다. 종합하면 결국 이름만 로컬푸드직매장일 뿐 성격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올해 2~3월 농민조합원 2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농협 내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농민조합원들은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 본질이 퇴색돼 차별성을 잃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또한 판매방법·진열·선별 등에 있어 차별성 없이 단순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소비자도 차별성을 느끼지 못해 다시 찾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는 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운영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며 △상품 구성에 있어 친환경농산물과 지역특색 상품의 조달 △농가 레스토랑, 문화행사 등과 연계한 판매 △농가 조직화·출하량 기준·진열관리 원칙 마련 △연중 수급계획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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