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무 하차거래, 산지는 “대책 없다”

11월부터 가락시장 하차거래 시행
제주 영세출하자들 물류시설 전무

  • 입력 2017.10.20 01:34
  • 수정 2017.10.20 01: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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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다음달부터 가락시장에서 제주 월동무 하차거래가 의무화되지만 제주 영세 출하자들은 아직도 하차거래를 준비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육지무·양파·총각무 등 품목별로 차례로 시행해 온 하차거래지만, 물류비 문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제주 월동무는 육지 품목들보다 훨씬 심각한 부담에 직면해 있다.

제주 월동무를 하차거래하기 위해선 기존의 비닐포장을 박스포장으로 바꿔 팰릿적재를 해야 한다. 박스비와 팰릿대여료 등 추가되는 비용에 적재효율(약 20% 하락)을 적용하면 지원금과 시장 내 하역비 절약 등 플러스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박스당 916원의 추가비용이 든다(산지농협·농민 계산). 컨테이너 100개면 약 1,76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가락시장 제주 월동무 하차거래 시행이 임박해 산지 출하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제주 성산읍 월동무 농가 오승호씨가 밭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는 다른 품목의 사례를 들며 박스·팰릿출하로 상품성이 좋아지면 경락가가 올라간다고 홍보하지만 농민들 입장에선 이 또한 불안하다. 제주 성산읍의 오장철씨는 “4~5년 전 시범사업으로 박스출하를 해 봤는데, 비용만 늘어나고 가격을 더 쳐주는 일은 없었다. 중도매인들은 편의상 비닐포장 출하를 오히려 선호한다. 시세가 박스당 1만원 이상씩 나올 때나 박스출하가 가능하지 그 이하라면 적자”라고 말했다.

이는 단지 물류비용만을 따져본 것일 뿐, 당장 더 큰 문제는 시설비용이다. 박스포장을 위해선 제함기·이송라인·밴딩기·랩핑기 등 기계시설이 필요한데 비용이 1개소당 5,000만원선이다. 물류비용 부담까지 뻔한 상황에서 영세한 출하자들로선 선뜻 투자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자본력을 갖춘 소위 육지 출신 출하자들의 경우 시설을 갖춘 곳도 많지만, 이들의 취급물량은 제주 전체 생산량의 약 40%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또한 하차거래를 썩 반길 입장은 못 된다. 강동만 성산읍월동무생산자 산지유통협의회장(영세 출하자 대표)은 “경매장에 하차를 해 놓자면 반입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가락시장 반입량이 줄어들면 지방도매시장으로 물량이 몰린다. 컨테이너 하나만 더 들어가도 가격이 무너지는 지방도매시장의 특성상, 이렇게 되면 전국 시세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 월동무 본격 출하는 11월 중순 이후에 시작된다. 하지만 출하자들은 아직까지 하차거래에 대해 “대책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출하자와 농협이 함께 추가 물류·시설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가락시장에서도 제주도에서도 뾰족한 지원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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