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컬푸드, ‘관계’를 살려라

  • 입력 2017.10.19 21:31
  • 수정 2017.10.19 21:3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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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사례 이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로컬푸드 직매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약 170여 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올해에도 여러 곳에 직매장이 신규 개설됐거나 개설 예정으로 있다.

이러한 직매장의 확산을 주도한 것은 지역농협이며, 중앙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지역농협이 앞 다투어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했기 때문이다. 전체 로컬푸드 직매장 가운데 농협이 운영하는 직매장 비율이 약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이 주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로컬푸드의 가치와 취지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져 왔다. 이대로 가면 로컬푸드의 특성이 사라지면서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로컬푸드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농협이 운영해 오던 하나로마트와 새로 개설한 직매장의 차이가 무엇인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 그 대표적이다.

로컬푸드의 양적 확대 이면에 가려져 있는 질적 약화를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이제는 우리 모두 곰곰이 되새겨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현재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특징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리 지역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것으로 국한되고 있다.

‘지역’이 로컬푸드의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관계’이다.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도시민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공간적 거리에 앞서 사회적 거리를 짧게 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본질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를 가깝게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농민과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상호 교류이다. 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하는 체험을 통해 상호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로컬푸드의 자생력이 생기고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대부분은 판매에만 치중한다. 교육과 교류, 체험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관계가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로컬푸드의 성공사례나 선행모델의 공통점은 지역 농산물 판매와 연계해 상호교류와 신뢰관계를 중요하게 쌓아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직매장을 신규로 개설하는 양적 확대에 앞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질적 성숙을 강조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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