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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향은 구수하건만…
이해용씨가 광목천 위에 쌓여 있는 들깨를 탈곡기 쪽으로 모으고 있다.
탈곡돼 나온 들깨가 바구니에 쌓이고 있다.
용영옥씨가 바구니에 담긴 들깨를 포대에 담고 있다.
고금식씨가 매캐한 연기 속에서 검불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트랙터와 연결된 탈곡기를 켠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원형으로 된 급동(탈곡장치)이 힘차게 돈다. 20여일 가량 바짝 말린 들깨를 탈곡기에 넣자 순식간에 검불이 쌓이고 잘개 쪼개진 껍질이 먼지처럼 흩날린다. 탈곡된 들깨는 기계 한쪽 출구를 통해 쏟아져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긴다. 이른 아침 코끝을 구수하게 자극하던 들깨향이 더욱 진하게 바람에 실려 날린다. 

지난 14일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시동리 망덕산 아래 들녘에서 들깨를 터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지런하다. 탈곡기에 들깨를 넣고 분리된 검불을 치우고 탈곡된 들깨를 포대에 담는 일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풍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잘한 껍질에 머리며 어깨며 신발 속이 모두 먼지투성이다. 농사에도 때가 있는지라 주말도 없이 들깨 타작에 나섰건만 농부는 예년보다 못한 소출에 착잡한 속을 미지근한 소주 한 컵으로 달랜다.

“가물었다가 비 왔다가 (날씨를) 종잡을 수 없더니 깨가 웃자라면서 쓰러졌어. 해를 자주 보고 그래야 하는데….”(고금식, 61) “무공해로 짓겠다고 약도 안 치고 했더니 벌레도 먹고, 여태 털어서 이거면 말 다했지.”(용영옥, 61) “작년 수매량이 많아서 올해는 농협에서도 수매를 안 받는데….”(이해용, 52)

유독 기상이변이 많았던 올해 몸 고생, 마음 고생하며 400평 남짓 농사를 지었건만 타작을 하고 보니 2가마가 채 나오지 않았다.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확량에 더해 들깨 5kg 한 말 시세가 잘해야 4만원 남짓이라 내심 부수입을 기대했던 농부의 주름진 이맛살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5~6만원에도 없어서 못 팔았던 과거를 떠올리자니 농부는 새참 시간마다 찬거리보다 소주잔을 매만지며 쓰린 속을 삼킨다. 결국 매캐한 연기 속에서 잔뜩 쌓인 검불을 태우던 고씨가 속에 쌓아 둔 말을 어렵게 꺼내놓고야 만다. 

“가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니 농사지어 먹겠어? 우리(세대)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농사짓지만 정말 쉽지 않아. 농민 귀한 걸 나라가 알아야지. 뭘 하든 먹어야 살 거 아니야. 안 그래?”

이렇다 할 대답도 못한 채 머뭇거리는 사이, 수북이 쌓여있던 들깨 타작이 끝났다. 탈곡기를 끄고 펼쳐진 광목천을 접고 2가마를 채우지 못한 들깨를 트럭에 싣고 온 몸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고 나서야 농부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농민들 힘들다고, 있는 그대로만 써 줘. 그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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