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재협상, 미치광이 전략에 당하나

  • 입력 2017.10.15 11:39
  • 수정 2017.10.15 11:4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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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거친 막말로 유명하다. 절제되지 않은 막말로 상대방을 거칠게 압박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자 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 트럼프의 언행을 두고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마치 미치광이와 같은 언행을 통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술책에 당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과 원칙을 분명히 밝히면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만약 트럼프를 적당하게 달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조금이라도 물러선다면 그 순간부터 미치광이 전략에 말려들어 하나 둘씩 내주게 되고 결국에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안타깝게도 한-미 FTA 재협상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것에서부터 트럼프의 술책에 넘어가고 말았다.

당초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의 틀을 바꾸는 재협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최근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하는 재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해 주었다. 트럼프의 술책에 말려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미치광이 전략의 특성상 앞으로 미국은 더욱 거칠게 밀어붙일 것이다. 벌써부터 아직 관세가 남아 있는 농산물 574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라고 미국이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쌀의 추가 개방도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필이면 한-미 FTA 재협상의 최고 책임자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점이 농민과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 수많은 농민과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협상을 주도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검은 머리의 미국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한-미 FTA 협상 당시에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다는 의혹까지 받은 장본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술책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김현종 본부장을 파면하라는 농민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특성을 고려할 때 통상관료가 밀실에서 벌이는 협상으로는 도저히 미치광이 전략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매우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절차법을 활용하여 협상의 모든 과정과 주요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과거와 같은 밀실협상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서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협상책임자를 교체하고,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여론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라는 농민과 국민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을 권고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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