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제, 이대론 안 된다

반복되는 ‘비의도적 농약 혼입’ 인한 농가 인증취소
친환경농업계, 인증제도 개선 관련 논의 본격화

  • 입력 2017.10.15 11:18
  • 수정 2017.10.15 11:2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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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비의도적 농약 혼입으로 인한 친환경인증 농가의 인증 취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 제도상으론 농약이 작물에서 발견되면 가장 먼저 인증 정지 내지 취소 조치부터 내린다. “일부러 농약을 친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는 피해농민들의 호소가 각지에서 들린다. 친환경농업계는 계속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현 친환경인증체계의 개선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친환경 벼를 재배하는 A씨는, 김포시청의 벼 항공방제 시 뿌린 농약의 벼 혼입으로 인해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인증 취소 통보를 받았다. 항공방제를 대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노란 깃발을 꽂아 친환경 벼 재배 경지임을 표시했다.

김포시청은 농관원에 “우리가 항공방제하던 과정에서 혼입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럼에도 제도상 인증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농관원의 입장이다. 이처럼 각 지자체의 항공방제 및 가로수 방제 시 비의도적 농약 혼입을 당해 인증 취소까지 이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시흥시의 B씨는 단 한 번도 비(非)유기농자재를 쓴 적이 없음에도, 미나리에서 농약이 검출됐단 이유로 인증 취소 통보를 받았다.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불명이다. B씨는 “미나리를 심기 전 항상 넣던 밑거름은 농촌진흥청의 유기농자재 공시품목에 속해 있는 품목임을 확인하고 구입했다”며 “그럼에도 미나리 시료 채취 결과 농약이 검출됐다고 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토로했다. 그나마 “내가 썼던 퇴비 중 계분(鷄糞)이 있었는데, 그 계분이 관행 축산 농가의 닭으로부터 나온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친환경농업계는 현재의 인증 제도를 방치한다면 앞으로도 인증취소 농가는 속출할 것이고, 이대로는 친환경농업의 미래도 어둡다고 전망한다. 이에 범(凡)친환경농업계 차원에서 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 12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 및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등의 생산자 조직들과 전문가, 인증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향후 친환경인증제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논의 참가자들은 친환경인증제의 기본 목적이 농민들의 농사 ‘과정'에 대한 관리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친농연 김영규 정책기획실장은 “8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부에선 ‘관리 강화'를 이야기하면서, 잔류농약 검사도 연 2회 하는 걸로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잔류농약검사를 통해 인증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엔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 유병덕 소장은 이날 “유기농산물이라 해도 잔류농약은 검출된다. 잔류농약 0%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그러나 유기농은 농약성분을 일반농산물 대비 1.6% 수준까지 낮춘다. 일반농산물 대비 농약에 의한 위험이 현저하게 낮은 농산물을 먹게 되는 것”이라 말했다.

유 소장은 이어 “그럼에도 현행 인증제도는 단 0.1ppm의 농약이라도 나오면 농민을 범죄자·부적격자 취급한다. 오히려 친환경농민들이 다시 관행농을 선택하게 만드는 게 현 상황”이라 비판하며 “친환경농업이 식품안전을 위한 것이란 현 제도의 명제는 틀렸다. 이미 식품안전에 대한 별도 법규가 엄연히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유 소장은 이어 “현재의 ‘농약 검출 시 적발·인증 취소’ 위주의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인증제도는 ‘범죄자’ 때려잡는 게 주 목적이다. 잔류농약 검출 농가 찾는 데만 급급하다”며 “제대로 된 인증제도라면 친환경농업 기술 교육 진행도 하고, 사후관리도 함께 하며 가야 한다. 지속적으로 농민과 함께 과정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단 의미”라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시비처방서 제도 확대를 주장했다. 즉 관(官)에서 농가와의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토양검정 및 그에 맞는 시비처방을 함으로써, 친환경농업 확대 및 관리를 용이하게 하자는 뜻이다.

친환경농업계는 10월 중에 친환경인증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 및 토론회 등을 계획 중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부에 직접적으로 인증제도 개선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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