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농업 완전개방 앞당기나

통상교섭본부, 국회·농식품부 등 자료공유 없어
농업계, 여전한 ‘통상독불장군’ 김현종 본부장 파면 촉구
“정권교체 이후 뭐가 달라졌나” 탄식도

  • 입력 2017.10.14 16:06
  • 수정 2017.10.14 16:0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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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한-미 FTA 재협상이 공식화 되면서 농업분야의 완전개방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통상교섭본부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자동차·철강 보호를 위해 농업분야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미 FTA 협상과 마찬가지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일부 인사들만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밀실협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난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재협상에 들어간다. 이번 재협상은 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2배 늘어난 점 등을 들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발단이 됐다. 결국 미국 시간으로 지난 4일(한국 시간 5일), 한미 양국은 FTA 재협상에 동의하고 협상 개시시점을 협의키로 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은 현재 남아있는 농산물 574개의 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의 상품수지 적자를 농산물로 만회하겠다는 계산이다.

10월 긴 추석 연휴를 즐기던 농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 소식에 발칵 뒤집어졌다. 5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 전농)은 ‘한-미 FTA 추가개방에 앞장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파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농은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트럼프의 미치광이 이론이 한국에서 처음 적용된 것으로 이성과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강도적 수법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재협상 소식을 들은 농민들은 참담하다. 한-미 FTA 이후 미국 농축산물 수입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농업 붕괴는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1차 협상에서 한국에 농산물 관세철폐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특히 쌀 개방 압박 사실도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농민들에겐 ‘적폐’로 낙인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통상교섭본부(통상본부)의 독단적 행태도 여전한 문제로 남아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통상본부가 ‘밀실주의’와 ‘농어업희생’을 강요하는 적폐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실에 따르면 통상본부가 미국과 협상 시 주요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답변했지만, 정작 농식품부·해수부는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구체적 협의를 한 바가 없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황주홍 의원은 “지난 8월 22일 열린 1차 특별회기 때 미국은 최대 15년 이상 철폐키로 한 한국의 농수축산물 관세를 당장 없애달라고 요구했다고 미국 통상전문지가 보도했다. 이러한 요구가 있었다면 마땅히 통상본부가 관련 부처와 구체적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자동차와 철강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소속된 통상본부가 이들 분야를 지키기 위해 농수축산 분야를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련 정보가 막혀있다. 국회 관련 상임위도 정보가 없긴 마찬가지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농축산물 수입피해가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산 농축수산물의 수입증가율이 가장 압도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인화 의원실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수입 농축산물 중 미국산 수입액은 45억2,000만달러·물량 708만7,000톤으로 금액과 물량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금액은 29%, 물량은 60% 각각 증가한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농축산물은 작년 상반기 3억4,500만달러에서 올해 6억5,600만달러로 3.3% 증가했고 수출물량은 작년 14만6,000톤에서 13만8,000톤으로 5.5% 감소한 초라한 성적을 냈다.

정인화 의원은 “FTA로 한미 농축산물 무역역조가 매년 확대되고 있는데,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농축산물 관세율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패권주의적 억지”라며 “한-미 FTA 재협상에서 강력한 농업보호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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