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의 성희롱·폭행이 ‘정직’?

대구 성서농협 한 팀장의 충격적 ‘갑질’ … ‘해직’에서 ‘정직’으로 바뀐 징계 ‘성토’

  • 입력 2017.10.13 14:27
  • 수정 2017.10.22 13:5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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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대구 성서농협의 한 팀장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여 년간 전체 직원 80여 명 중 4분의1에 해당하는 20명에게 성희롱과 폭언, 폭행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협동조합노조에 의하면 이 팀장은 지위를 이용해 여직원에게 식사와 골프 등 데이트를 강요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강제로 블루스를 췄다. 또한 카카오톡을 통해 이른바 ‘야동’을 보내는가 하면 문자 메시지로 고객의 특정 신체부위를 평가하기도 했다. 남직원의 성기를 만지거나 친 적도 있다.

이 팀장은 또한 대부담당 직원을 불러 발로 차고 수차례 뺨을 때리는가 하면 상습적으로 해장라면을 끓여오라며 직원들을 종처럼 부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규정상 신규고객 카드 한도액이 100만원임에도 자신의 고객은 1,000만원으로 늘리거나 규정에 맞지 않는 금리인하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도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생리불순이나 우울증,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전국협동조합노조 성서농협지회가 지난 5월 조합장 면담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고, 이어 7월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해직을 결정했다. 당시 농협중앙회 대구본부 검사국이 징계절차와 양형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별 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자 농협중앙회 보고와 승인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징계통보만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8월 열린 인사위원회가 정직 6개월로 징계를 하향하며 결정을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이에 전국협동조합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이 팀장에 대한 즉각 해직과 농협중앙회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전국협동조합노조는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한 성서농협 일부 이사진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농협중앙회의 안일한 태도가 이런 결과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10여 년 동안의 만행에도 수면위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던 배경엔 지역농축협이 갖고 있는 구조적 병폐가 있다. 전국협동조합노조 관계자는 “이 팀장의 아버지가 성서농협 창립 멤버이자 수차례 이사를 역임한 지역의 유지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배경을 둔 팀장에 찍히면 인사상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직원들이 나설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서농협 노동자들이 더 분노한 이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농협중앙회가 오히려 팔짱을 끼고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성서농협이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를 결정한 만큼 농협중앙회가 나서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을 중단시키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압박을 가한 정황도 확인됐다. 전국협동조합노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함에도 경찰수사나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이 커지고 나서야 사후약방문 형식으로 일 처리를 하기에 지역농축협의 갑질 폭력 사건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논란이 있었던 만큼 성서농협 인사위원회는 새롭게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한 차례 번복이 있었던 터라 기존의 해직이란 결론으로 돌이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영직 전국협동조합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이날 “이 팀장이 정직 6개월 뒤 성서농협에 복귀하면 다수의 피해자는 그 팀장과 근무하는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며 “농협중앙회가 제대로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국협동조합노조는 경찰 고발과 함께 청와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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