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주도 성장에 농민은 없는가

  • 입력 2017.10.01 17:09
  • 수정 2017.10.01 17: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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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면서도 농민을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폭락한 쌀값을 회복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쌀의 추가격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부총리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반대했다는 점에서 과연 경제 관료들이 소득주도 성장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활동인구의 다수가 임금 노동자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임금인상과 일자리 창출이 소득주도 성장의 중심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다양한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도 이런 맥락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자가 노동 혹은 자기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을 가계의 주 소득원으로 하는 자영업자와 농민 등도 대략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도 소득주도 성장의 중요한 한 축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과거와 같이 물가안정을 이유로 농산물가격을 억제하는 것은 농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도 부합하지 않는 구시대의 낡은 정책이다. 경제 관료들은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말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얘기하면서도 농산물가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과거의 인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물가-저임금-저비용을 강조하는 정책논리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이며, 양극화와 빈곤화를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시킨 논리이기도 하다. 적어도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소득’이 물가보다 더 상위의 개념이고, ‘소득’이 물가에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물가를 내세워 농산물가격을 억제하는 것은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것과 같다는 점을 정부와 경제 관료들이 인식하기를 바란다.

농민들이 최저임금과 최저가격 동행을 말하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재래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에 적극 동의하고 나아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로부터 소규모 자영업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정책들에 찬성하는 것 또한 동일한 맥락이다.

농민들도 직관과 경험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과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데 정작 이 정책을 추진하는 경제 관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새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추진하려면 물가를 이유로 농산물가격을 억제하고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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