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 왜 딜레마에 빠졌나

“환율 안정적, 국제 곡물가 낮아” 사료가격 인하 지적
정가 없는 과당경쟁에 가격 하락 의미 없다는 사료업계

  • 입력 2017.10.01 11:34
  • 수정 2017.10.01 11:3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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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축산물 생산비의 절반가까이를 차지하는 사료비. 한우농가들은 자주 사료를 몇 달 더 먹여 체중이 많이 나오게 해 출하할 것인가, 덜 먹이고 적은 개월에 출하할 것인가로 갑론을박을 벌이곤 한다. 축산농가는 사료 때문에 등골이 휜다하고, 사료업체는 사료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한다.

농식품부에서 고시하는 배합사료 가격을 보면, 올해 소폭의 등락을 반복한 사료가격은 전 축종 평균 kg당 462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11원 낮아졌다.

환율과 국제곡물가격은 사료가격 결정 체계의 핵심 두 축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약 1,132원으로 지난해 1,160원보다 안정돼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다. 사료원료인 옥수수·소맥·대두박 등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하림의 2017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료원료 가격은 kg당 옥수수 217원, 소맥 215원, 대두박 426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4~21원가량 하락했다. 축산농가들과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가격 하락요인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료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환율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3개월 내지 6개월간의 평균으로 따지면 변화가 없고, 원료 곡물가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는 톤당 평균 190달러였던 것이 올해 9월 기준 21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곡물가의 하락세가 6개월은 지속돼야 가격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해지지 않은 판매가격도 골칫거리다. 축산농가가 줄어들고 가축질병으로 가축 수도 줄어들면서 이런저런 할인과 서비스의 형태로 업체간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정가는 있지만 같은 사료라도 농가마다 구매가격이 다르다보니 정가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런 이유를 더해 지난해 12월 농협이 사료가격을 내렸을 때에도 다른 사료업체들은 가격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다. 민간사료업체들은 큰 농장을 중심으로 고객관리를 하면서 사람마다 다른 가격에 납품을 하고 있다”며 “농협사료도 보조금이 나오긴 하지만 일단 정가에 판매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농협사료 가격이 제일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농협사료의 ‘가격지지’라는 것이 최고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가를 보장해준다는 뜻으로 변질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규모가 커 사료수요가 큰 농장일수록 할인이나 보조금을 많이 받으니 규모가 작은 농가나 축산농가가 적은 지역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농협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는 전국한우협회는 사료가격 결정체계를 공개할 것과 더불어 농협사료의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가격지지 기능을 잃은 농협사료의 가격 인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고, 농협사료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했던 할인행사의 여파로 당기순이익이 3분의1 토막 날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16억원이었던 농협사료의 올해 3분기까지의 순이익은 1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협사료 관계자는 “300억원의 순이익도 사실상 손해다. 수익의 90%는 배당으로 중앙회에 돌아가고 10%만 농협사료에 남는다. 전국 10개의 사료공장을 유지·보수하는 데에만 대부분이 사용된다”며 “수익이 생기지 않으면 내년에 재투자를 할 수 없다. 또 자본금을 회복해 재무를 튼튼히 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올해는 사료가격을 내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농협사료도 제 기능을 상실하고, 2015년 사료 담합사건도 흐지부지 잊히는 가운데, 축산농가도 사료업체도 사료비로 인한 경영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사룟값,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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