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백남기 농민 1주기를 맞아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우리는 물대포(Water canon)를 살수차라 불렀는데 최근 용어를 물수리차로 바꿨다. 폭력성을 계속 은폐하는 게 권력의 본성이다.
백남기 농민 사건 전체 과정을 보면 집회에 과도한 진압장비를 동원해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진압장비의 위험성을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하고 몰랐다면 중대한 과실치사에 해당한다.
게다가 의료권력이 쉽게 국가권력에 동조해 기능적으로 국가범죄를 은폐하려 했다. 만약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병사라면 국가폭력의 한 고리를 끊는 게 된다. 이와 비슷한 일로 용산참사도 있었다. 당시 국가는 생존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도시게릴라’로 불렀다. 자기집을 지키는 걸 ‘도시게릴라’라 부를 순 없는 것이다.
독일에선 경찰의 물대포 사용으로 한명이 두 눈을 실명하는 사건이 있었다. 터키에선 사람이 사망했다. 영국은 물대포를 수입했지만 그 위험성 때문에 계속 논란이 됐다. 2015년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내무부장관은 △물대포의 치명적인 피해 △시위진압수단으로서의 유용성 △잠재적인 정치적 악영향을 고려해 물대포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기준은 우리의 지침으로 수용할만 하다. OSCE 기준을 보면 어떤 경우에도 장소를 떠날 수 없는 평화로운 시위자들에게 무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 또, 사용한 무력이 법에 의해 인정되지 않거나 필요보다 더 많은 무력이 사용됐으면 법집행공무원은 민형사책임뿐 아니라 징계조치를 받아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가 만든 평화적 집회에 관한 권고안의 기본 골자는 집회가 헌법상 권리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군중 중 일부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다 폭력집회라 말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고 강제해산하는 집회로 인식하면 안된다. 이는 경찰개혁위원회 지침에 반영돼 있다.
현 정권에선 이 기준이 운영될거라 보는데 정권이 바뀌면 정권이 시위를 무엇이라 규정하느냐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용산참사처럼 시위하는 사람을 도시게릴라로 규정하면 무한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백남기 농민 1주기를 맞아 시위진압방식의 개선이 아닌 사회경제정치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오로지 그것만이 민중총궐기의 요구에 어울리는 해답이다. 다시 한 번 시민이 정치의 주체로서 정치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