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이슈-aT] 알박기 밥쌀수입, 흐지부지 계약재배

정권교체 틈탄 밥쌀수입, 농민정서 자극해
직접계약재배사업은 예산문제로 유야무야

  • 입력 2017.10.01 00:23
  • 수정 2017.10.01 00:2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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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5월 1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은 전남 나주 aT 본사 앞에 이앙기를 끌고와 돌바닥에 모내기를 하며 aT의 밥쌀용 쌀 수입 결정을 규탄했다. 한승호 기자

올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여인홍, aT)가 연루된 가장 소란스러운 사건으로는 정권교체를 앞둔 밥쌀용 쌀 수입 결정을 꼽을 수 있다. aT가 지난 5월 8일 게시한 밥쌀용 쌀 수입 구매입찰공고는 전국 농민들의 맹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밥쌀용 쌀 수입은 2015년 쌀 관세화 이래로 그 이행의 필요성에 대해 농민단체들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 온 사안이다. 관세화로 인해 의무수입량의 용도규정이 삭제된 마당에 굳이 우리 정부가 나서서 밥쌀용 쌀을 수입할 까닭이 있느냐는 것이다.

하물며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의 쌀 재고량으로 인해 쌀값이 가마당 12만원대까지 폭락한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불과 하루 앞두고 수입을 결정한 것은, 혼란한 정권교체기를 틈탄 ‘알박기’ 행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이 aT 사옥 앞에서 아스팔트 모내기 시위까지 벌여봤지만 수입은 끝내 강행되고 말았다.

당시의 기관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이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중있게 지적될 만한 안건이다. 또한 야당 시절 밥쌀용 쌀 수입 자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던 여당 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한편 aT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소위 ‘직접계약재배’는 사업 2년차만에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본래 aT 계약재배는 단순히 농식품부를 대리해 유통주체들에게 농안기금을 융자해주는 간접계약재배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aT가 농식품부로부터 직접 농안기금을 융자받아 계약재배를 집행하는 직접계약재배를 일부 시행했다.

aT는 계약재배 시 고정수요처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기존 농협 계약재배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농협 계약재배가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시점에 시의적절한 시도였지만, 문제는 재정이었다. 별도 예산이 전무한 상황에서 공기업이 농안기금 융자만으로 계약재배사업을 하기엔 재정손실 부담이 너무 컸고, 결국 1차년도 직접계약재배사업은 수매비축사업을 변형시킨 편법운영으로 마무리했다. 사업규모가 터무니없이 줄어든 것은 당연했다.

2차년도인 올해는 무·배추 고랭지작형 출하가 끝나가고 가을작형 파종까지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끝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직접계약재배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모처럼 기획한 의미있는 사업을 예산 문제로 좌초시키는 기재부-농식품부-aT의 불협화음 또한 국감에서 지적해볼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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