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을 만나다⑨] 청년답게 새로운 농업 꿈꾸는 청년농업인연합회

“청년의 힘으로 일구는 농업 기대하세요!”

  • 입력 2017.09.30 11:45
  • 수정 2017.10.11 16:52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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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도농상생장터에 참가한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원이 모종 나눔을 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청년농민에 대해 잘 모른다. 농촌의 고령화를 지적만 할 뿐 주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다. 매월 첫 주 청년농민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통공간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청년농민들을 만나면서 ‘청년이 모이는 게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계농, 소농, 대농, 창업농, 귀농인 등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너무 달랐다. 어떻게 청년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가던 중에 지난 8월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국적인 청년농민조직을 만들어낸 장본인, 강선아 회장을 지난달 25일 식생활 교육을 받는 현장인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만났다.

강선아씨는 대학 졸업 후 귀농해 벌써 10년차다. 처음 고향인 전남 보성으로 내려와서는 주변과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농장도 외진 곳이고, 또래가 없어 오히려 도시의 지인들을 자주 초대했다.

그러다 3년 전 가입한 4-H에서 어릴 적 동네친구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농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농사짓는 청년들은 친구였고, 놀라운 능력을 가진 농업전문가들이었다. 오로지 수도작밖에 몰랐던 강씨는 다른 작목을 알게 되고 일손이 부족할 때는 도움도 받게 됐다.

그렇게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하게 됐고, 그 사이 느꼈던 아쉬움을 채울 다른 조직을 고민하게 됐다. 기존의 여느 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지역 제한이 없는, 여성들만이 아닌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 다 같이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게 됐다.

청연은 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하지 않는다. 농민은 물론, 귀농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열려있다. 카페 가입을 하고 가입비를 내면 회원이 된다. 가입비는 대부분 회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돌아간다.

청연의 발대식을 보면 이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게 뭔지 감이 온다. 사업지원을 넣어 예산을 받으면 참견도 있고 그만큼 결과를 내야 하니 취소했다. 참가비를 걷고, 강씨의 농장을 숙소로 활용했다. 먹거리는 각자 생산한 농산물로 요리경연을 해서 나눠 먹었다. 행복한 식사였다. 프로그램은 청년농민정책과 청연 사업에 대한 조별 토론과 발표였다. 외빈의 인사말도 없었고, 시간 제약도 없었다. 토론이 길어지면 식사시간을 좀 늦추면 그만이었다.

얼마 전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정책을 내기 전에 같이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사실 가기 전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고 한다. 결정은 미리 해놓고 와서 들러리로 박수치게 하는 경우를 많이 겪어봐서다. 그래서 강 회장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해버렸다. 그런데 수렴하겠다고 하고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와달라고 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강 회장.

그건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청연은 페이스북을 보고 찾아온 사람이 많다. 지금 청년은 본인이 보고 판단해서 움직이는 세대다. “우리 모임을 5년 전부터 구상했는데 만약 그때 띄웠다면 못했을 거에요. 좋은 시기에 잘 만들 수 있었고, 청년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청년농업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우선은 청년농업인에 대한 실태 파악이 먼저죠. 그리고 창업보다는 현재 있는 인원이 유실되지 않게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원금 얼마 주고 생색내는 정책은 그만했으면 해요. 그리고 어린아이 대하듯 하는 청년들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부터 달라졌으면 합니다.”

청연은 정기적인 청년마켓을 기획하고 있다. 도시소비자랑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농산물 판매에만 관심이 있지만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먹거리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목소리다. 그래서 운영진들이 함께 식생활 문화교육을 받고 있고, 농산물 장터에는 꼭 체험이나 농업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같이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청연이 청년의 목소리를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변의 기대가 커서 사실 부담도 돼요. 하지만 청년답게 해나가고 싶어요. 우리는 만나면 항상 같이 추는 춤이 있어요. 토론하다가도 그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죠. 그렇게 신나게 앞으로도 해가고 싶어요.”

거침없고 신나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농촌이 미래이고 희망인 이유는 이 청년들이 춤추며 일하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도전, 청년의 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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