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쉬쉬 210억원 대출 의혹, 재점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재수사’ 지시 … 국정감사서 MB 연계 의혹 밝혀지나?

  • 입력 2017.09.30 11:38
  • 수정 2017.10.01 17:4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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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2008년 이뤄진 210억원에 달하는 농협의 수상한 해외 부동산 대출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성한 대규모 불법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을 영화화한 ‘저수지 게임’이 개봉하며 농협 대출 의혹에 다시 이목이 집중됐다. 이어 11일엔 이종걸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전 정권의 미비한 검찰 수사를 지적하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재수사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농협에서 쉬쉬해온 대출 의혹이 국정감사 국면과 맞물리면서 주요 화두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농협의 수상한 해외 부동산 투자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정부가 해외 부동산 투자 장려 정책을 펴자 농협에서도 해외로 눈을 돌렸다. 농협 상호금융은 해외투자부를 만들고 전문가 2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고 한다. 당시 들어온 전문 계약직이 이 사업을 가져왔다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로 ‘캐나다 토론토 노스욕지역 주상복합 빌딩 신축사업’이다.

농협은 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2008년 9월 9일 국내 시행사인 씨티지케이에 210억원을 대출해줬다. 씨티지케이는 캐나다 현지 시행사인 센트러스트에 175억원을 대여금으로 지급하고, 센트러스트는 농협과의 약정에 따라 캐나다 현지 은행(RBC)이 발행한 원금보장형 수익증권을 170억원에 매입했다.

센트러스트는 이 수익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부지를 매입하고, 매입한 토지를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수익증권 담보 대출을 상환하고, 2년 후 수익증권에서 발생한 이자로 나머지를 상환하는 대출구조였다. 농협은 대출금을 수익증권의 원금과 분양수익금으로 상환받으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센트러스트는 수익증권 매입시 수익자로 농협을 지정하지 않았고, 나중에 확인하니 센트러스트 대표인 이요섭씨 부부 명의로 돼 있었다. 센트러스트는 농협의 동의없이 수익증권을 담보로 2회에 걸쳐 6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고, 장기간 대출금 이자도 갚지 않아 2009년 8월 11일 수입증권이 해지됐다. 농협에선 2010년 9월 27일이 돼서야 대출에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또한 이요섭씨가 농협 담당자의 서명과 이메일을 도용한 문서를 통해 사업부지 근저당권 1순위를 임의해지, 변경했다는 것이 농협의 설명이다. 2013년 10월 25일 선순위권자가 경매를 실행하며 사업부지가 넘어갔다.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

이 사건은 2014년 금융감독원이 대출관리 소홀로 인한 대출금 전액 손실 처리라는 감사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에 통보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농협에선 이후 뒤늦게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그해 11월 7일 대출취급 관련자 4명과 사후관리 관련자 4명을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고 한다. 징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이후에도 농협은 미적거리기만 했다. 지난해 연말이 돼서야 핵심인물인 이요섭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올해 5월 그가 캐나다에 있다는 이유로 기소를 중지했다.

적극적 대응 없어 의혹만 증폭

이 사건엔 여러 설과 의혹이 넘쳐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이요섭씨와 함께 농협을 방문했다는 설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교 후배로 알려진 최원병 전 농협 회장이 그가 몸담고 있던 사조직 ‘천년회’를 통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설도 있다. 최 전 회장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으로 4선 경북도의원을 지냈고, 천년회는 천년동안 정권을 다시 넘겨주지 말자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1년 4월 12일 벌어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검찰은 북한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여러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작업이라는 설도 있다. 농협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됐던 사람이 저수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의혹은 더 있다. 씨티지케이는 농협의 대출 승인이 이뤄진 2008년 8월 28일보다 하루 전인 27일에 설립됐다고 알려져 있다. 씨티지케이 대표인 박석배씨는 당시 28세였다고 한다. 대출 사업 현지시행사 대표인 이요섭씨도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농협은 대출 이후 현지 실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부끄럽고 창피하다”

여러 설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무엇보다 농협의 미온적 대응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더욱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연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농협은 국정감사가 코앞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명을 위해 국회 의원실을 돌며 상황 설명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관계자는 “처음하는 사업인데다 해외에서 일 처리가 이뤄지며 꼼꼼하게 보지 못하고 엉성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사기를 당한 거라 우리도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명박 대통령하고 진짜 연관이 있는 건지 사실을 알고 싶다”고 도리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농협 관계자는 또한 “한 직원의 죽음이 대출 의혹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농협의 주요 관계자는 “그 직원이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협 관계자에 의하면 당시 대출 관계자와 책임자는 징계를 받았고, 지금은 대부분 퇴직한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협에선 내부감사 자료나 당시 담당직원의 징계 여부 등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어차피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것이란 단서만 달았다. 국정감사를 통해 이번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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