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칼럼]배고픔의 분노

  • 입력 2008.05.04 23:56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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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처에서 식량과 식품가격이 폭등하여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아이티는 한주일 만에 쌀값이 두 배로 뛰어 오르자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여 5명이 사망한 결과, 알렉시스 총리 해임안이 의회에서 가결되었다. 이렇게 식량대란으로 시위가 발생한 나라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에서 16개국에 이르며, 식량대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도 북한을 포함 13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이런 식량위기의 원인을 모든 언론과 연구기관들이 한목소리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로는 소득이 올라간 중국과 인도의 식량소비와 두 번째로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생산량감소를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고유가로 인한 석유대체품인 바이오 연료생산의 증가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단기적인 원인으로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식량위기를 적어도 10년 정도의 장기적 전망을 내는 연구 기관도 있다. 이 연구는 국제 곡물시장의 왜곡 문제를 들고 있다. 초국적 자본인 카길, ADM, 번지, 코넬 등이 국제 곡물의 유통을 조절하여 식량가격을 멋대로 주무르는 데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특히 카길은 지난 1989년에 북한과 구상무역으로 밀을 배에 싣고 가다가 북의 구상무역품인 아연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배를 돌려 다른 나라에 팔았던 회사이다. 이처럼 국제곡물 자본은 식량을 철저히 상업적 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으면 식량의 유통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식량위기를 염두에 두고 해외 농장을 대규모로 개척한다고 한다. 이미 민간 기업들이 연해주를 비롯 해외에 서울시의 10배의 토지를 확보했으나 여러 이유로 10분지 1도 제대로 농사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농사가 잘된다 한들 자국내 식량이 모자라 곡물 수출 금지 조처라도 취해지면 그야말로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국내 농업 환경을 모두 망쳐 버리고 해외 농업을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불도저식 행정이다. 이제라도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농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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