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객관적이고 공정한가?

친농연 “학계·연구소 등 학자 중심의 연구심사, 서로 돕는 구조로 고착”
홍성풀무 ‘친환경 쌀면’, 현장 실사 없이 사업중단 통보

  • 입력 2017.09.29 11:41
  • 수정 2017.09.29 11:4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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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2009년 10월에 설립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오경태, 농기평)이 지난해 낙하산 인사로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으나 올해엔 연구개발(R&D) 심사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농업회사법인 홍성풀무생활협동조합(홍성풀무)은 지난해 7월 ‘친환경 쌀을 활용한 즉석 쌀면 제조’를 주제로 농기평 ‘2017년 농림축산식품연구개발사업’을 신청했다. 홍성풀무는 친환경 쌀을 활용해 가늘게 면을 뽑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면과 비교해 익는 시간을 단축하는 제품 개발이 주요 목표였다. 여기엔 공급과잉 상태의 쌀소비 확대는 물론 생산조정제 일환으로 가공용 쌀 생산 확대,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 촉진 등 다면적 가치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연구에 들어간 홍성풀무는 쌀면의 품종으로 ‘새미쌀’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계약재배 농가를 확보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고, 즉석 쌀면을 뽑아내기 위한 기계부터 개발하다 보니 쌀면 개발은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 5월말까지 1차년도 연구보고서를 내야했으나 목표달성에 미진했고, 그 사이 농기평이 사업중단 공문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의신청이 가능했기에 홍성풀무는 7월 초 소명발표를 통해 농기평측이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다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성풀무는 7월 20일, 농기평으로부터 ‘사업중단’ 통보를 받았다.

홍성풀무의 친환경 쌀면 사업 과정을 지켜본 친환경농업인단체협의회 김영규 정책실장은 “농기평측이 문제로 삼아 사업중단을 내린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다”면서 “연구계획과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평가자들이 사업의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친환경자조금단체, 친환경쌀생산자단체와 사전협의 등 공동기획을 통해 진행된 연구라는 점을 간과한 채 새미쌀의 원물 수급 문제를 지적한다거나 쌀면 가공에 적합한 품종 발굴이 연구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데도 ‘시판용 쌀’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한다는 평가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 등이 연구의 기본취지와 추진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고 답답해했다.

평가과정에서 ‘왜 홍성풀무에서 이런 연구를 하느냐, 대기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등의 불필요한 발언도 나왔다. 홍성풀무는 연구과정과 내용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현장농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부분에 대한 가치는 평가절하 됐을 뿐 아니라 평가위원 중 한 명의 현장 실사도 없이 ‘서류검토’ 위주의 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성풀무 측에서는 “평가위원들은 개발한 쌀면을 먹어보지도, 기계실험도 해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쌀면을 ‘시트방식’으로 제조했는데 농기평은 ‘시트방식이 아니다’라고 농식품부에 결과보고를 했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 8월 17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농기평의 불공정 연구심사에 규탄 성명을 내고 “막대한 예산이 투자된 연구가 농업과 농촌 현장에 꼭 필요한 것인지, 현장의 농업인들에게 실로 가치 있는 과제에 투입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벌써 오래 전부터 그 연구가 일부 대학, 연구소, 전문가의 밥벌이 대상이며 현장과 괴리된 ‘연구를 위한 연구’로 채워지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홍성풀무 쌀면 개발 연구 중단과 관련해 “농업인들이 스스로 현장에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에 발목을 잡고,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온갖 트집을 잡는 전문가들이야 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단언하면서 △이번 연구 중단에 납득할 만한 해명 △공정한 재심사 △농림예산을 이용한 각종 연구가 현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전면 재조명 등을 촉구했다.

실제 ‘R&D 공화국’ 칭호가 붙을 정도로 연구개발분야는 전문가들의 철옹성 같은 담합이 비일비재하다. 예산을 집행하고 수주하는 상·하 연구기관들이 ‘학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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