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넘치니 줄여 심으라?

자급률 5.1% 달성 외면한 처사 … 겨우 1.6%서 정부 대책 ‘바닥’
우리밀 종자 요청한 농민에게 “신청 만류” 전화도
1만톤 재고물량 주정용 ‘합의’ … 자급률 달성위한 장기대책 ‘시급’

  • 입력 2017.09.29 11:40
  • 수정 2017.09.29 20:4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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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무대에선 우리밀 농가들이 처한 현실이 또렷이 확성기를 통해 전해졌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우리밀을 심고 있는데 지금 재고문제가 심각하다. 두 달 후에 다시 우리밀 파종시기가 오는데 정부가 뾰족한 재고 해법이 없다보니 종자신청 농가에 파종을 만류하는 전화도 하고 있다”며 기막힌 심경을 전했다.

자급률 1.6%를 가까스로 달성한 우리밀에 대해 정부는 2020년까지 5.1%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한 바 있다. 하지만 1%대를 겨우 넘긴 우리밀이 창고마다 그득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밀 자급률 발표를 한 것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으로,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한 시대적 불안이 반영됐다. 세계적으로 흉년이 들어 수입하는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에 의존했던 곡물가격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올해 우리밀 파종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합천의 밀밭.

2008년 정부는 당시 1%도 안 되는 우리밀의 자급률을 2017년까지 10%로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목표연도를 2년 앞당겨 2015년에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더구나 자급률 상향 이후 다소 늘어난 생산량 처리에 고심했고 우리밀 생산자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지난 2015년 우리밀 자급률은 또 한 번 조정기를 맞아 ‘2020년 5.1% 달성 목표’가 세워졌다. 농식품부와 우리밀생산자·가공업체 등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점 등을 감안한 현실적 목표라는 점에 공감하며 자급률 달성을 다짐했다.

2017년 파종기를 한 달 앞둔 우리밀 농가들은 재고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재고대책에 묵묵부답일 경우 밀 파종 중단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앞세웠다. 다행히 지난달 26일 국산밀산업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간에 우리밀 1만톤(20kg당 3만9,000원) 주정용 매입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다만 농가들이 보관 중인 우리밀 5,000톤은 자체 수매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번 우리밀 1만톤 주정용 수매가 성사된 데에는 주정협회가 수매하던 쌀보리 가격이 급등한 효과도 상당했다. 우리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쌀보리 가격이 20kg에 5만원이 넘는다. 주정용 계약수매가가 3만9,000원이다보니 쌀보리 재배농가나 주정협회 둘 다 껄끄러워진 상황”이라며 “마침 우리밀 재고량 5,000톤을 주정용으로 사용하기로는 진작 합의된 바 있다. 쌀보리 대신 우리밀을 더 쓰게 되면서 가격과 물량 재조정에 시간이 소요돼 현장에서 반발이 심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우리밀 1만톤 주정용 합의의 이면에는 주정용 쌀보리 가격 폭등이라는 ‘호재’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재고량 수매’라는 일시적 대책으론 여전히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밀 유통 한 관계자는 “우리밀을 최적화 할 수 있는 품종개발, 제분시설 마련, 대량 납품처 확보 등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늦가을에 우리밀을 심던 농민들이 올해는 보리파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엔 보리값 폭락이 예상된다.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은 반복된다”고 우려의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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