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산물 유통 개선, 대기업 독점 우려된다

  • 입력 2017.09.24 12:33
  • 수정 2017.09.24 12:3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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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의 유통 구조 개선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빠지지 않는 현안 중의 현안이다. 내용도 답도 언제나 동일하다. 시대가 발전해서 최첨단 거래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농축산물 유통구조는 여전히 복잡하다. 이를 단순화해서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결론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

핵심은 지금의 4~6단계의 유통구조를 2~3단계로 축소한 뒤 절감되는 유통비용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축산물 가격 문제는 빈번한 가축전염병 사태로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특히 민감해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살충제 계란 문제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얹어지면서 축산물 유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축산물 가격 중 유통비용률이 40~50%에 육박한 현실에서 유통비용 절감은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에 대응할 힘을 갖출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생산-가공-유통의 일관체계를 갖춘 민간과 협동조합 패커를 통해 축산물 유통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유통단계를 축소해서 유통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축산농가, 축산물 유통 종사자들 다수가 회의적이다. 유통비용이 절감된다 한들 그 혜택이 소비자나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통주체가 차지하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이 같은 우려는 육계 계열화 사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육계분야는 수직계열화로 유통구조를 일관체계로 갖추고 있지만 소비자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다. 2,000원짜리 닭이 2만원짜리 치킨으로 판매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유통은 일관체계를 갖췄지만 대기업의 과점으로 유통시장을 왜곡하면서 발생한 데 원인이 있다.

결국 정부의 민간 패커 지원은 소비자가격 인하라는 목표에는 도달하지 않고 또다시 대기업의 시장 과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돼 소비자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특히 양돈부문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직접 생산까지 도맡아 협동조합형 패커 보다 우월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앞선 상황을 보더라도 정부가 축산물 유통구조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패커를 지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독과점을 조장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해 지금 도입해야 하는 정책은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막고 대기업의 시장과점을 규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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