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자천하지대봉’?

  • 입력 2017.09.24 11:49
  • 수정 2017.09.24 11:52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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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사무국장! 안주 떨어졌어.”

“사무국장! 맥주 더 없어?”

9월 18일 전라북도 농민회 모든 회원들이 모이는 민족농업전진대회 가족한마당이 전주에서 있었다.

지난해 8월 중순에 이 대회를 하다 보니 너무 더워서, 올해는 9월 중순으로 날짜를 바꾸면서 지난해에 비해 시원하긴 했지만 9월 초부터 조벼 수확을 해야 하는 지역 특성상 많은 회원들이 함께하진 못했다.

나름 꼼꼼이 준비한다고 했지만 항상 시간이 지나가면 부족한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무국장 닳아지겄어요.” “다른 농민회 가서 구해볼게요.” 열심히 부족한 안주와 술을 공수해온다. 1년에 한번 타 지역 농민회원들과 함께 하고 남원 지역 회원들과도 오랜만에 만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술과 안주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간단한 개회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한 뒤 초대가수 공연도 보고 아기자기한 농민운동회도 하고 마당놀이 공연팀이 준비한 공연도 보며 간만에 같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당극 중 ‘농자천하지대봉'이라는 대사를 듣고 있자니 화도 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언제까지 ‘봉’이어야 하고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하신 백남기 어르신을 생각해본다. 벌써 1년이 다 돼 가는데 대통령 후보 때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던 후보가 당선이 된 후 소식이 없다. 성의 없는 경찰청장의 사과와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이 됐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여전히 없다. ‘봉’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을까? 간만에 서울 갈 채비를 또 해야겠다. 봉이 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본이 될 수 있도록 결국 우리 손으로 ‘농자천하지대본’을 찾아오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올해 복숭아 해서 돈 좀 벌었어?” 다른 지역 사무국장이 물어본다. “한 5억원 벌어서 4억7,000만원 경비 쓰고 1,000만원 빚 갚고 1,000만원 기계 사고 한 1,000만원 벌었어요.” 농담도 진담도 아닌 대답을 하며 웃어 보인다.

“갈수록 사람이 주는 것 같아요.” 농정과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와서 한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농민회 사무국장으로 1개 사고지회와 4개 면지회를 얼마나 자주 찾아가서 서로의 고충을 들으려 노력했었는지 반성해 본다.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신설 면 지회 건설도 일시정지 해놓은 걸 지금이라도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눌러야겠다.

30대 초반 후배를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서 만났다. 더없이 반가웠다. 젊은 회원들이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나 소중한 회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족농업전진대회 가족한마당의 백미인 차전놀이와 대동놀이를 끝으로 올해 행사를 마무리 했다.

시상식에서 농민운동회 두 종목에서 1등과 3등을 해서 상품을 받고 면 지회 별로 분배하고 기념품도 나눠주고 남원에 돌아와 식사를 한 후 다들 고생하셨다고 인사한 후 헤어졌다.

내년에 무주에서 진행될 민족농업전진대회 가족한마당에서는 더 많은 회원들과 정말 ‘농민헌법’이 제정된 걸 기념하는 축하의 잔을 기울이며 웃기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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