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 소식’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 입력 2017.09.24 11:47
  • 수정 2017.09.24 11:4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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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자 일하며 가장 경험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좋은 소식’을 전하는 일이다. 그것은 특히 대한민국에선 더 어려운 일이며, 하물며 대한민국의 농업전문지 기자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리라. 남의 나라 수입 농산물 때문에, 정부의 소홀한 농업 정책 때문에 한숨짓고 분노하고 싸우는 일이 많은 농민들의 삶, 그 삶을 다루는 게 기자 본인을 비롯한 대다수 농업전문지 기자들의 일이다.

그런 면에서 모처럼 ‘좋은 소식’을 전할 땐 어색하기도 하다. 그 어색함을 지난 9월 1일 제대로 느꼈다. 농촌진흥청이 옛 박근혜 정권의 농정적폐 중 하나인 GMO 농작물 생산 중단 및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를 시민사회와 약속할 때 그랬다. 얼마 만에 전하는 ‘좋은 소식’인지 감이 안 잡혔다.

GMO 개발 중단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던 이세우 반GMO 전북도민행동 대표도 그날 어색했었나 보다. 농진청과의 협약식이 있었던 날 오후, 장장 4개월을 이어 왔던 GMO 반대 천막농성 ‘해단식’에서 “우리가 그 동안 많은 투쟁을 해 오며 해단식을 하는 건 또 처음”이라 말했던 게 기억난다.

며칠 전엔 국무총리가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사과한다”며 “백남기 농민은 공권력의 난폭한 사용으로 목숨을 잃으셨다”고 발표했다. 전농 입장 발표대로 ‘만시지탄’이나 어쨌든 좋은 소식은 좋은 소식이다. 아직 해결돼야 할 일들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1보 전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좋은 소식’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대통령과 정부가 잘 해서였을까? 아니다. 갖은 적폐를 온몸으로 부대껴야 했던 농민들이 목소리를 내서 싸웠기 때문이다. GM작물 개발 중단도 농민을 비롯한 GMO반대 시민사회가 농성 및 대규모 시위 등으로 열심히 공론화를 시켰기에 가능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정부의 사과도 농민들이 가만히 있었다면 있지 않았을 일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전히 GMO는 우리의 밥상 곳곳에 올라있고, GMO 완전표시제 및 GMO 없는 학교급식 실시를 위해서도 많은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도 하루빨리 해야 한다. 농민을 비롯한 모든 민중들은 그 ‘좋은 소식’들을 수확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그 ‘좋은 소식’들을 전하기 위해 기자로서, 그리고 시민의 한 명으로서 열심히 뛰어다녀야겠단 각오를 다시금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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