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친환경농업 정책을 찾습니다

  • 입력 2017.09.24 11:41
  • 수정 2017.09.24 11:4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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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업 정책이 실종됐다. 문재인정부의 농업 관련 정책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단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친환경농업 관련 정책은 ‘무(無)’에 가깝다. 빈 말이 아니라, 지난 7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친환경농업 정책은 없다시피 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가 보자. 문 대통령이 후보 신분이던 4월 28일, 국회에서 당시 시점의 ‘차기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농업계 관계자들이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때 협약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당시 후보의 이름으로 △친환경 생태농업의 전국 확대를 위한 중장기 정책 수립 △GMO 완전표시제 시행 비롯한 GMO 정책 전면 전환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지원 및 공공급식 전면 확대 △친환경 실천농가에 대한 직불금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 모든 정책들이 실종 상태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는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농식품부) 직속 농정개혁위원회에 친환경농업 발전 과제를 제출했다. 지난 20일부터 농정개혁위에선 해당 사항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친환경농업을 살리기 위한 각종 정책 제안내용이 들어 있는데, 위에 언급한 4월 협약식 때의 공약 내용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위 공약들을 중심으로, 현장 친환경농업 관계자들이 찾고자 하는 ‘실종된 정책’을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거론하고자 한다.

 

1. 친환경 생태농업 확대 위한 전반적 구조개편 및 목표 설정

우선 친환경농업을 우리 농업의 근간으로 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려면 전반적 농관련 기관 조직개편도 필요할 터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농협 등 각 기관의 관행농업 위주 정책체계를 친환경농업 중심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친농연 박종서 사무총장은 “현재 농식품부 내의 친환경농업과를 친환경농업국으로 격상시켜, 친환경농업국이 현재 농산물과 축산물, 가공 분야 각각 부서별로 따로 노는 친환경농업 정책을 총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단 의미이다.

경기지역 친환경농업 확대에 기여했던 김동섭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수도작분과위원장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정부가 농가에서 제초제를 안 쓰게 유도하는 정책부터 시행하면 된다”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토양을 보전하며 친환경농사를 지으려는 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양평군에선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안 쓰는 ‘세 가지 안 하기 운동’을 관민이 함께 진행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양평군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고민을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것.

 

2.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지원

공공급식은 친환경농가의 판로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학교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어린이집·보육원·복지센터·군대 등의 전반적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난 7월 100대 국정과제에서 이 내용은 거론도 되지 않았다.

김동섭 위원장은 “정부에서 하루속히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각 지역별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 본인이 거주하는 여주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여주시는 현재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아닌, 영농조합법인 차원의 ‘학교급식센터’를 운영 중이다. 수차례 여주시에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 및 민관 합동 학교급식 관리를 건의했지만, 아직도 여주시는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농협이 여주 친환경농가의 쌀을 수매 중이다. 농협 수매 시 친환경 쌀 40kg 한 포대 당 수수료 3,000원(이자 및 보관비, 수매비용)이 붙어, 농가 부담이 크다. 게다가 도정비용은 농민들이 또 별도로 지출해야 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친환경농산물 공급으로 이러한 수수료 부담을 경감하는 것과 함께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차액지원도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은 주장했다.

친농연은 학교급식 상의 친환경식재료 확대를 위해 필요한 총 예산을 약 4,200억원으로 추산했다. 산출근거는 전국 총 학생 수 661만명(2016년 기준)에 친환경식재료 차액지원 1식당 350원을 곱하고, 거기에 연간 학교급식일수 180일을 곱한 수치다. 4,200억원 중 절반인 2,100억원씩 각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한다면, 충분히 친환경식재료의 학교급식 전면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친농연의 입장이다.

3. 친환경직불금 현실화

친환경농업 직불금의 경우, 우선 품목별(논·밭·과수) 구분과 직불금의 전반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친환경농민들의 입장이다. 친환경농산물은 관행농산물보다 전반적으로 잡초 및 병해충 관리가 까다로워, 그만큼 약재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비 대비 판로 개척은 늘상 어려운 상황이다.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는 한국유기농사과연구회 윤건 총무는 “현재의 친환경직불금은 농민 입장에서 굉장히 소액이고, 관행농사 짓는 사람들을 친환경농업으로 유인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는)친환경농사 짓다 보면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걸 감안해야 한다.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며 생산량이 관행농 대비 얼마나 줄었는지 분석해, 생산량 대비 감소금액의 일정 수준을 지원하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총무는 “당장 농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직불금 지급은 쉽지 않아도, 순차적으로 시간을 두고 생산량 대비 감소금액의 20%, 30%, 50% 식으로 지급액을 올린다면, 더 많은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에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4. GMO 정책 전면 전환

여전히 GMO 완전표시제 시행은 멀어 보이고, 공공급식 상의 GMO 우려 또한 여전하다. 매년 수입되는 GMO 농산물의 양도 상당하다. 최근까지도 GMO 유채가 각지에 만발해 국민의 우려를 높인 적이 있음에도, 100대 국정과제에선 GMO의 ‘G’ 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GMO 완전표시제의 경우, 국정과제는 고사하고 여전히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GMO 반대 시민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김현권 의원 등이 GMO 완전표시제 개정 법안을 제출했지만, 지금까지도 쟁점법안으로 묶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의원들도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16일 반GMO의 날 행사에 맞춰 기자회견 및 신문 광고 등으로 GMO 완전표시제를 다시금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라 말했다.

시민사회가 촉구하는 GMO 완전표시제는, 식품에 표시해야 할 비의도적 GMO 혼입허용 기준치 3%를 유럽 수준인 0.9%로 낮추고, 식품성분 중 유전자조작원료가 중량대비 5순위 이하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을 삭제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GMO 수입 문제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충남친농연 김영기 사무국장은 “최근 각지에서 불거진 GMO 유채 확산 등 각종 GMO 문제를 볼 때, 국내에서 GMO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된다”며 “궁극적으론 GMO 종자 수입을 중단하고 식량자급이란 농업의 기본목표를 세우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내에서 생산·수입·가공·유통되는 GMO에 대한 추적 및 표시 체계 구축도 중요하단 주장들도 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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