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되게 겸손하고 자기 소신 지켰다”

보성 주민들이 기억하는 백남기 농민의 삶
“자신 앞세우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했다”

  • 입력 2017.09.24 11:39
  • 수정 2017.09.24 11:4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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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백남기 농민은 보성지역에서도 깊은 신망을 얻고 있었다. 그를 아는 지역민들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검소했으며 합리적인데다 자신의 이익을 뒤로 하는 사람’이라고 그를 기억했다.

웅치 들녘에서 만난 한 농민(60)은 “백남기 농민이 이장을 할 때 나는 왕초마을에서 영농회장을 맡아 만난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장은 봉사직인데 백남기 이장이 잘 보여줬다”라며 “나도 그가 쓰러진 뒤 2번 서울에 올라갔다. 같은 농민으로 정말 참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남 보성에서 만난 농민들은 고 백남기 농민을 “겸손하고 일관된 삶을 영위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임용식, 김귀중, 최영추씨. 한승호 기자

백남기 농민과 먼 친척뻘인 임용식(65)씨는 어릴적부터 그와 왕래했다. 임씨는 “남기 형은 전학을 많이 다녔는데 항상 부춘마을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라며 “남기 형은 대학교를 다닌 뒤에 농사를 배워 늦은 편이었지만 농사를 천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농사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처음엔 젖소를 사육했지만 전두환 동생인 전경환이 젖소를 무차별 수입하며 일으킨 소값 파동으로 큰 손해를 입어야 했다. 한때 한우와 염소도 사육했던 걸로 이웃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백남기 농민은 밀과 콩 농사를 하면서 동시에 벼농사도 놓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 얘기를 종합하면 2015년까지 약 6,000여평의 논에서 벼농사를 지었던 걸로 보인다. 농약을 쓰지 않아 그의 논과 밭은 항상 ‘피반 나락반’이었다고 한다.

부춘마을 김귀중(61)씨는 “친환경 무농약을 고집해 언젠가 풀을 다 매지 못해 사료용으로 밀을 벨 때도 있었다”라면서 “그래도 친환경을 고집해 늘 손수 호미로 풀을 맸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래도 남기 형 덕분에 웅치면에 우리밀이 많이 보급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남기 형은 사람을 도와주길 좋아했다. 2015년 11월 서울에 올라가기 전날에도 감자 수확을 돕고 가셨다”라며 “불의를 보면 못 참았고 농민들이 사는 길을 말하면 종일도 얘기할 수 있는 분이셨다. 그래서 남기 형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농민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마을 일에도 적극적이어서 한번 걸러 이장을 두 번 맡았고 영농회장, 농지정리위원장 등도 맡았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지명해 이장을 뽑았던 관행도 백남기 농민이 최초로 주민들 투표로 이장에 선출되며 깨졌다.

한번은 마을에서 도로포장사업과 농지정리업무를 동시에 해야할 때가 있었다. 백남기 농민은 자기 땅을 도로로 양보해 일단 도로포장부터 한 뒤 농지정리를 진행했다. 김씨는 “많은 땅을 다 도로로 내놓았다. 절대 자기 이익을 따지지 않는 분이었다”고 “한번 책임을 맡으면 자신을 위한 일은 하지 않았다. 살아계셨으면 정말 좋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와 함께 지역에서 농민운동을 했던 최영추 전 보성군농민회장도 “남기 형은 항상 겸손하고 농민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게끔 자신이 앞서가지 않았다”면서 “30여년 동안 항상 일관된 삶을 사셨다”고 회상했다. 최 전 회장은 “면사무소 직원, 농협 직원과 싸울땐 싸워도 추수감사제를 하면 ‘면직원, 농협직원도 고생했다’면서 꼭 술과 떡을 챙겨줬다”라며 “웅치면에서 남기형 말이면 거의 다 ‘예스’였다. 보통 농민운동을 하면 ‘빨갱이’라 욕하기도 하는데 남기 형은 모두가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백남기 농민의 삶을 “일관되게 겸손하면서도 자기 소신대로 살았다”고 평했다. “농촌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지만 남기 형같은 분이 있어서 이만큼 농촌이 유지된다고 본다. 남기 형처럼 사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그의 자주적이고 일관된 정신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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