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의 1주기를 맞아 광화문 일대가 추모의 물결로 뒤덮였다. 완전한 적폐청산을 원하는 시민사회는 추모주간을 계기로 결속을 새로이 다짐했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백남기투쟁본부의 주관으로 ‘고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지난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에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지난해 9월 25일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농민들은 이에 앞서 ‘고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추모대회에 힘을 보탰다. 농민대회 직후 바로 노동자와 빈민들이 참여한 민중대회도 연이어 열렸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회사에서 “우리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추모, 그리고 촛불혁명을 잇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끝까지 투쟁해 백남기 농민이 편히 잠들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 이은) 올해의 촛불 혁명은 헌법을 교체하는 혁명이란 것을 명심하고 농민이 앞장서자”며 “우리가 백남기가 되어 일어나 농민헌법, 촛불헌법을 쟁취하자”고 독려했다.
김영재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우리 밀 자급률이 1% 남짓인데 백남기 어르신 같은 분이 계셔 그나마 지켜졌다”며 “(백남기 농민이 주장했던)농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농산물가격 보장, 식량주권의 실현. 이것을 농정의 중심에 놓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정통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민‧민중대회 종료 뒤 참가자들은 이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했다. 미 대사관 옆을 지날 때는 ‘전쟁 미치광이 트럼프를 반대한다’, ‘No war, No trump’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날 추모대회에는 앞서 민중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을 비롯, 주최 측 추산 3,000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백남기 농민의 약력 발표는 그의 모교 50년 후배인 김윤진 씨(중앙대학교 사회학과 1학년)가 맡아 의미를 더했다. 김씨는 “선배는 의에 죽고 참에 살았다”며 “선배가 평생을 일구어 낸 생명과 평화를 후배들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추모사는 김영호 전농 의장, 김민문정 시민사회 연대회의 공동대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리 , 유경근 4.16세월호피해자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낭독했다. 김민 공동대표는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해 어떠한 희생도 생겨나지 않도록 앞으로 우리의 연결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며 “조속하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 연대회의도 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재발방지의 실체는 법과 매뉴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닌 책임자 처벌”이라며 “우리가 추모만 할 수 있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보다 집요하게, 보다 크게 외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이 “백남기 어르신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다”며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자 청중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고인의 딸 백도라지씨는 가족을 대표한 인사에서 “가족들도 투쟁본부도 시민들 덕분에 씩씩하게 버티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경찰이 인권경찰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추모대회 중간 이소선 합창단, 가수 문진오‧이상은, 시인 송경동이 노래와 시로 백남기 농민을 추모했다. 대회는 백남기 농민이 생전 좋아했던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참가자 전원이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