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이 곧 재발방지다

불처벌의 역사가 만든 백남기 농민의 죽음

  • 입력 2017.09.22 16:31
  • 수정 2017.09.22 16:3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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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국가폭력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지난 1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권력 집행에 대한 과거 정부의 과오를 인정함으로써 드디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이 수립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표면적으로는 집회·시위에 대한 자유의 범위가 넓어졌으나,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민중집회를 탄압하는 기조는 지난 7일 사드 추가 반입 과정에서 보이듯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가의 그러한 태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 바로 국가폭력 불처벌의 역사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당시 농산물 시장 개방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던 것이 정부가 마지막으로 보인 반성의 모습이었다. 그나마도 경찰청장 사퇴가 사실상 유일한 처벌이었으며 누가 강경진압 명령을 내렸는지, 누가 직접 두 농민을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는 종결돼 버렸다.

이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의 광화문, 밀양과 강정, 쌍용차와 용산의 농성장을 비롯해 숱한 현장에서 살인을 부르는 경찰의 폭력행사와 인권침해가 이어졌지만 어떠한 경찰도 형사처벌 받지 않았고,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난사하다 기어이 한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결국 이러한 행태는 공권력의 잘못된 사용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처벌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집회와 시위를 강력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짓밟을수록 오히려 이를 지휘한 경찰 간부의 앞날은 더욱 환하게 열리는 모순된 구조 속에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시도됐을 리 만무하다. 특히 지난 9년간 귀를 닫기로 작정한 청와대에게 경찰은 민중의 입을 틀어막는 훌륭한 시종이었고, 검·경과 청와대의 주종 관계가 고착되는 과정에서 이들의 폭주를 막을 상급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가 스스로 저지른 폭력에 대해 다시 사과를 하기까지 12년의 세월이 걸렸다. 불처벌의 역사를 반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 온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이번만큼은 위정자의 사과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손 모아 염원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가장 강력한 재발방지대책이 ‘책임자 처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실천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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