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34] 갈림길

  • 입력 2017.09.22 15:35
  • 수정 2017.09.22 15:43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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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며칠 앞두고 이제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귀농 2년차인 나의 농장에는 수확할 것이 별로 없다. 550평 농지에 미니사과 200여 그루를 주작목으로 심었고 200여평은 농막과 텃밭으로 되어 있는 나의 작은 농장에서는 금년에도 수익이 한 푼도 없다. 수익은커녕 매출자체가 없다. 토마토도 은근히 기대했으나 벌레와 함께 나누어 먹느라 판매할 것은 없다.

열심히 방제도 하고 영양분도 공급했다고 생각하지만 2년차인 미니사과는 열매가 예상보다도 형편없이 열렸다. 친환경 과수농사가 쉬울 것이라고는 한 번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막상 딸 것이 별로 없는 현실이 조금은 스스로 섭섭한 건 사실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금년도 알프스오토매 작목반 소속의 농가들 모두 대체로 작황이 좋지 않아 걱정들이 많다. 더군다나 사과는 친환경 농사가 어렵다고 말씀하는 전문가나 독농가가 많아 많이들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미니사과 외에 아로니아를 양양의 친환경 특산물로 재배를 늘리는 것이 어떨까하여 농민들이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아로니아나 블루베리류는 해외 농산물의 수입량이 폭증하여 가격이 폭락하는 등 현재 전국적으로 면적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양양에서는 오히려 아로니아 면적을 늘리려는 시도는 많은 이들의 염려를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양친환경농민회를 중심으로 명품 양양 아로니아 재배가 가능하다는 이곳 아로니아 독농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시도해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는 당도가 높고 맛도 좋은 아로니아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한 농가당 300주 정도를 기본으로 10농가 이상이 작목반을 조직해보자는 데 의견 합의를 보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체 농장규모가 550평정도이니 아로니아를 추가적으로 심으려면 300평 이상의 땅이 필요한데 현재의 농장에는 미니사과를 폐원하지 않는 한 그 정도의 면적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300여평을 새로 임대해 아로니아를 심자니 솔직히 현재도 힘든데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2년간 온 정성을 다하여 키워온 미니사과 나무를 자른다는 것은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그래서 고민 중에 있다. 힘들더라도 기왕에 시작한 미니사과를 주작목으로 계속 키울 것인가, 아니면 폐원하고 아로니아로 대체할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미니사과를 일부 줄이고 아로니아를 심을지, 기로에 서 있다. 조만간 단안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귀농 2년 만에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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