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유통, 현장서 답을 찾자

[연재기획] 우리 축산의 대안을 찾다 (최종)
“정부의 패커 육성, 의도와는 다른 결과 초래할 것”
‘생산-유통-소비’는 하나 … 통틀어 해결법 찾아야

  • 입력 2017.09.22 15:17
  • 수정 2017.09.24 12:17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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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유통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축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축산유통 정책은 어떤가? 뚜렷한 방향을 잃은 채 시장개방의 파고 속에 흔들리고 있다. 땜질식 처방을 넘어 축산에서의 식량주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목표 설정이 시급하다. 편집자 주

 

4. 축산물 유통,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① 수입 공세에 축산자급률 휘청

② “대안 찾자” 나선 생산자

③ 정녕 패커가 최선인가?

④ 축산물 유통, 현장서 답을 찾자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사진 홍기원 기자]

축산물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우리 축산물은 가격 경쟁력까지 요구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축산물 유통비용률은 개선 대상으로 지목되며 ‘줄여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유통구조 개편의 핵심 방안으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관체계를 구축하는 패커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현재 우리나라 축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현 가능한 유통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본지는 지난 19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축산물 유통구조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축산물 유통에 있어 효율화란 무엇인가

심증식 국장 : 농산물도 축산물도 유통은 참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농민은 제 값을 못 받고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구조가 어제오늘만의 얘기가 아니지만 바로잡히지 않는다. 정부가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유통단계의 축소가 소비자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의 축산물 유통개선 대책의 핵심을 짚어 달라.

최명철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

최명철 과장 :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값에 팔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연동을 제고하기 위해서 유통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축산물 유통단계는 4~6단계지만, 일관유통체계를 구축하면 2~3단계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일관경영주체를 육성해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전기환 대표 : 기본 목표가 유통비용을 절감해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윤을 주겠다는 것인데, 생산비용의 문제를 배제하고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유통단계 축소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인가? 뜻은 좋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생산비용 절감 없이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없다.

이도헌 농업회사법인 성우 대표

이도헌 대표 : 동의한다. 또 한편으로는 협동조합형 패커가 정착한 유럽은 우리나라와 생산·소비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있다. 구이에 치중한 우리나라의 식육문화는 비인기부위 처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생산과 수요의 근본적 특성 차이가 있고, 여러 단계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각 단계주체들이 다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작정 유럽을 따라가는 것은 시장의 수급기능을 빼앗는 일이 될 수 있다.

최명철 과장 : 종합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사료비용을 낮추고, 종축개량으로 생산효율을 높이는 등 생산에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농가에서 줄이고, 유통비용은 유통파트에서 줄이자는 것이다.

이선우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

이선우 국장 : 축산물 유통은 단계를 축소한다고 해도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4단계가 존재한다. 각 단계별 유통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단계별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돼지고기의 경우 2008년 48% 대였던 유통비용률이 2015년엔 오히려 3%p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돼지고기 경락가격은 탕박 기준 30% 올랐다. 결국 각 단계의 가격구조의 모순점을 짚어야 한다.

강재영 단장 : 농협은 조합원인 축산농민과 소비자까지 고려하면서 정부의 시책방향과 맞는 실천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산자, 도축·가공·판매 주체들이 각각 떨어져 자기영역에서 이익을 추구하면 농민과 소비자의 부담만 더욱 커진다. 이런 부가가치의 불균형을 일관체계를 통해 해소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은 ‘패커’ … 대기업 장악 우려

전기환 춘천농민한우 대표

전기환 대표 : 결국 농식품부가 발표한 축산물 유통 효율화의 핵심은 패커 육성이다. 비인기부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 없이는 직거래, 유통단계 축소, 패커 모두 무용지물이다.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고 비선호부위 문제까지 연동해서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을 육성해야 한다.

이도헌 대표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패커 중심 계열화의 사례가 양계다. 유통비용이 높고, 독과점의 폐해가 심하고, 생산자가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양계의 유통비용률이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축산 정책은 RPC(미곡종합처리장)와 같다. 실패한 프레임을 왜 축산에 적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심증식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심증식 국장 : 패커 지향 정책은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대표적 사례인 양계에서 보듯이 자본기반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명철 과장 : 중요한 점은 분리된 단계를 얼마나 통합했는가다. 대기업 중심의 지원이 아니고 혜택은 농가와 소비자에게 가는 것이므로 중소가공업체에는 직거래사업 활성화 등의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협의 직거래 판매장도 늘리고 aT는 사이버거래량도 1조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직거래, 패커, 사이버거래 등 시장의 여러 주체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심증식 국장 : 협동조합형 패커는 어떤가. 지금 정부의 방안대로 진행되면 농협이 여러 우려지점에서 견제기능을 해야하는데.

강재영 농협 축산경제 축산유통부 단장

강재영 단장 : 현재의 시스템 내에서 일관체계를 구축해야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다만 중간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기관인프라 차원에서 지원해 생산, 도축, 가공, 유통이 잘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 형태의 다양성을 정부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도헌 대표 : 가축사육, 사료영업, 가공과 유통까지의 전체 구조를 갖춘 기업을 농협이 이길 수 없다. 농협은 생산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만든 유통조직이기 때문에 생산력을 갖춘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정부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10년 후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 있을 것이다. 민간기업과 조합의 경쟁은 형식적으로는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차별이다. 조합은 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인 생산자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조합을 중심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이선우 국장 : 식육처리장들은 국내산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농가와 상생해야 한다. 유통을 정부가 가만 두면 결국 수입육에 시장을 전부 잠식당할 것이다. 정부가 선택지원한다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정책을 어느 한 곳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전기환 대표 : 유통이 제대로 되려면, 생산과 유통과 소비가 원활하게 흘러야 한다는 말이 맞다. 지금 정부의 문제는 유통을 이야기할 땐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면서 생산을 배제하고, 생산을 이야기할 땐 소비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정책을 세우니 유통효율화 방안을 구축하고도 생산비용 제고 정책에 또 따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

이도헌 대표 : 이미 시장의 권력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고급육 시장으로도 수입산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나의 대안에 자금지원을 하기보다는 여러 형태의 유통주체들이 시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상식선에서 부족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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