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해도 농약 검출? 그나마 유기농으로 농약 사용 줄었다

친환경인증제, 근본부터 바꿔야
‘과정’보다 ‘결과’ 검증 세계 유일

  • 입력 2017.09.17 11:46
  • 수정 2017.09.17 11:4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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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친환경 채소를 재배해 온 L씨는 지난 7월 갑작스레 친환경인증이 취소됐다. 본인이 재배한 양배추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남태헌, 농관원)에서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유기농법을 고집했고, 농약이라곤 손에 대 본 적도 없던 L씨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결과였다.

L씨는 “분명히 비의도적 혼입이다. 인근 농가에서 뿌린 농약이 비산돼 우리 작물에 혼입된 게 분명하다”고 농관원을 비롯해 곳곳에 호소했지만, 호소는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마땅히 소명할 곳도 없었다. L씨는 현재 3개월 간 인증 정지 처분을 당한 상황이다. 친환경농민들에게 이 문제는 하루 이틀 발생한 게 아니다.

이에 근본적인 친환경인증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는 L씨의 사례와 함께,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 과정에서 현행 친환경인증제의 문제점이 제기됐던 이유도 있다. 언론에선 인증기관들의 부실인증 문제를 거론하며, 농약 검출 시 처벌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인증기관들의 부실한 인증으로 ‘살충제 파동’이 발생했으니, 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단 의미다.

그러나 친환경농업계는 “처벌 기준 강화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라며, 친환경농업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을 토대로 인증체계 또한 그에 발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 박종서 사무총장은 “유럽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 대부분 친환경농업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으로 인증제를 실행한다”며 “(친환경)인증 신청 또는 갱신 시 우리나라처럼 작물, 용수, 토양 등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가지고 인증 취소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해 국가 단위에서 유기농인증제(무농약 인증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행 중)를 시행하는 나라가 69개국인데, 이 중 유기농업 토양에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마련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설립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에서 승인한 유기농 국제표준(CAC GL 32) 또한, 토양의 오염에 대한 기준은 토양 관리에 ‘전환기간’을 두는 것으로 충분하단 판단을 내린다. 지속적인 친환경농업을 통해 토양의 오염도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잔류농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친환경농업으로 이전보다 비옥해진 토양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친환경농업계의 입장이다.

친환경농업계는 이미 농식품부 장관 직속 농정개혁위원회를 통해 친환경인증제의 전면 개편을 요구한 상태다. 여기서 주된 내용은 △HACCP·GAP·동물복지·친환경인증제 등 인증관리체계의 통합 △GAP 인증제 폐지 뒤 해당 농가의 무농약 전환 유도 △친환경인증체계의 과정 중심 체계로의 전환 등이다. 향후 친환경농업계와 정부 간 논의에서 어느 정도로 논의가 진척될지 주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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