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안에 육묘장 이전이 가능할까?

‘용기만 옮기면 계속 영농 가능하다’는 토지보상법
육묘업계 “현실적으로 이전 절대 불가능한 기간”

  • 입력 2017.09.17 11:38
  • 수정 2017.09.17 21:2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강석·강명자 대표가 운영하는 ‘밀양푸른육묘’의 일꾼들이 접목 작업에 한창이다.


경남 밀양시 상동면 가곡리에서 육묘장 ‘밀양푸른육묘’를 운영하는 전강석·강명자씨 부부는 이달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훗날 개통될 함양울산고속도로가 가곡리를 동서로 관통하면서 전씨 부부의 육묘장 부지 일부가 수용 대상으로 지정된 동시에 터무니없는 수준의 보상금액을 마주한 것이다.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형태로 변한 국토교통부 고시 때문이다.

국가공익사업으로 인해 강제 수용되는 토지가 농지일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 따라 직전 3년간 소득의 평균치를 구해 2년분을 농민에게 영농손실액으로 보상하게 돼 있다. 토지를 수용당한 농민이 농사지을 기반을 새로 마련하는 동안의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취지다.

그런데 지난 2013년 4월 시행규칙 개정으로 ‘지력을 이용하지 않는’ 일부 작목은 2년분이 아닌 단 4개월분의 소득만 보상하도록 바뀌었다. 버섯, 화훼 그리고 육묘가 그것으로, 원목·화분·용기 등을 그대로 이전하면 계속해서 영농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씨는 육묘업 특성상 단 4개월 만에 부지를 비롯한 모든 시설을 새로 마련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성토했다. 오랜 기간 공들여 마련한 5,000평 규모의 육묘장 부지를 한 번에 새로 구하는 것부터가 엄청난 일일뿐더러, 하우스·철제 벤치·환경유지장치 등 각종 시설 역시 새로 마련해야하는데다 모종의 적응기간까지 고려하면 4개월은 말도 안 되는 기간이라고 주장했다.

4개월분의 보상조차 정확히 수용 면적만큼만 이뤄지는 것도 불합리한 점이다. 하우스를 일부분만 철거할 수도 없기에, 결국 전체 면적의 영농이 불가능하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이 점을 인정해 전체 시설에 대한 보상은 약속했으나 영농손실보상은 실제 도로가 관통하는 면적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거기에 직접 판매와 유통까지 신경써야하는 육묘업 특성상 부지를 옮기는 것은 수많은 단골을 잃을 수도 있는, 농장주 입장에서는 엄청난 모험에 가깝다. 오랜 기간 농장에서 일하며 접목 기술에 숙련된 지역 일꾼들을 다시 모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995년 밀양 지역 1호 육묘장으로 시작한 전씨의 농장은 2000년대 초 국내 최초로 일본에 접목묘를 수출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무 시설 없이 노지에서 모종을 키운 사람은 2년 치를 보상받고, 큰 지출을 감수하고 좋은 환경에서 모종을 키운 사람은 고작 4개월 치를 받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 것인가”라며 “국가 정책으로 스마트팜 등 기술 농업 육성을 강조하는데, 실제 현장은 알고서 이런 개정안을 만든 것인지 의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전씨 부부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오래 전부터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해 온 만큼 합리적인 보상만 이뤄진다면 토지 수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육묘산업연합회는 전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고시로 인한 피해농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에 재검토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