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산물 해상물류비, 전액 지원해야 형평성 맞다”

[인터뷰 l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농사짓는 도의원에서 제주 ‘농업행정’ 최고책임자로
지난 7월 부지사 취임 … 원희룡 도지사와 ‘동행’

  • 입력 2017.09.16 11:07
  • 수정 2017.09.17 22:5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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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민 속은 농민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예산안에 제주 농산물의 해상물류비 10%를 세웠는데 기획재정부가 감액했다. 제주도의 농산물 물류비는 10% 지원이 아니라 100% 지원해야 육지 농산물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다. 정부서울청사 지역발전위원장을 찾아가 ‘통’으로 다 달라고 했다. 중앙정부에서 742억의 절반 지원하면, 제주도에서도 절반 만들어 전액 제주농산물 물류비를 해결하겠다고.”

제주 농민들 속을 훤히 꿰뚫는 ‘사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지난 7월 취임한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다. 현장을 살리는 ‘농정의 힘’을 제대로 써보겠다는 안 부지사와 지난 11일 제주도청 정무부시자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요청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서울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았다는 안 정무부지사 한마디에 마음이 다소 바빠졌다. 질문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인터뷰가 시작되고 난 몇 분 후 말끔히 사라졌다. 미리 질문지를 보내도 문서를 읽는 것이 아니어서 중언부언, 말 끊김 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일사천리, 일목요연하게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농사를 ‘서류’로만 알면 추상적인 답변을 할텐데 안동우 부지사는 농민 속을 제일 잘 아는 농민이었다.

농사짓는 도의원에서 농업행정 최고책임자로 거듭난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지난 1997년에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이후 제주에서 농사를 짓는 안동우 부지사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을 지낼 정도로 ‘운동하는 농민’으로서의 삶도 궤적에 남겼다. 지금도 깻잎 등 시설채소 농사를 하고 있고, 지역에 시설채소 농사를 전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감귤 시설보조로 농가부채 급증, 융자상환 조건 ‘완화’ 단기처방 내려

“제주는 어느 지역보다 1차 산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지난해 조수익만 따져보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감귤 9,100억원, 월동채소 6,000억원대로 외형적인 조수익면에서는 안정권으로 본다. 하지만 농산물 과잉생산은 항상 잠재적 위협요소이고 기후문제 등 농사짓기에는 점점 어려운 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국 평균보다 3배 높은 농가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는 FTA 기금으로 감귤 시설보조 사업을 지원했다. 감귤 소득은 불안정한데 자본투자가 많아지니 농가부채로 쌓일 수밖에 없었다. 농가부채를 직접 탕감해 주긴 어렵지만 「농어촌진흥기금 설치 및 운영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3,600억원을 농민들에게 융자해주면서 융자금 거치기간과 상환기간을 늘리는 등 280~290억원 수준으로 미흡하지만 단기적인 처방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안 정무부지사는 “도 예산에서 농어촌기금으로 1% 이상 출연하고 있다. 통상 350억원이 출연금이 되는데, 융자상환 조건을 완화하면서 280억 가량 2차 보전으로 부담해도 고갈될 우려는 없다.

농어촌진흥기금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연구용역 중이므로, 내년에 결과가 나오면 농민들에게 좀 더 힘이 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부채 다음 과제는 ‘농산물 가격’ 문제다. ‘제주형 농산물최저가격 보장제’인 제주농업 경영안정 제도가 크게 진척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불만이기도 하다. 8개 제주 농산물 품목 중 당근만 유일하게 시범사업 중이고, 2018년 시범사업이 끝나면 원희룡 제주도지사 임기와도 맞물려 있어 지속적인 제도 정착에 물음표가 붙기 마련이다.

안 부지사는 “모든 품목을 한꺼번에 시행하면 혼란이 크기에 일단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당근부터 시범사업을 했다”면서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당연히 품목을 확대한다. 관건은 농가의 협조다. 재배적지에만 심어 목표면적을 맞추고 그 조건에서 폭락했을 때 가격보전을 해주자는 것 아닌가. 행정과 농가가 합심하는 것부터 제도정착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본다. 당근 한 품목이라도 제대로 시행해 보고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제주 농지 일제조사, 농지는 농민에게 원칙 ‘강화’

부동산 광풍으로 몸살을 앓았던 제주도는 지난해 농지 일제조사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안 부지사는 ‘농지는 농민에게’ 원칙을 되새기며 “농지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사례는 단호히 정리하고 있다. 예외를 둔다면 30평 미만의 작은 땅에 한하고, 과거 농지를 전용해 다세대 주택을 짓던 일에는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오폐수 시설설치를 하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도록 엄격한 제도를 마련했다.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은 이어 간다”고 단언했다.

모든 현안에 제주도민들이 100% 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성산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에 대해서도 안 부지사는 “협의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의 대책을 면밀히 상의할 방침이다. 주민들이 겪게 될 피해도 각각의 수준이 있기 때문에 피해정도에 따른 대책을 마련한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주농업을 위해 뛴다

끝으로 정치적 입장차가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안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물었다. 안동우 부지사는 제주 농업을 위해 뛰는데 여야를 가리는 것이 의미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공학적으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맞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치에 손을 떼고 농민으로 살다가 제주의 1차 산업 비중에 비해 미진한 것 많으니 정책을 도와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고민이 많았지만 이념논리보다 제주의 농산업을 위해 평생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대승적 결정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지난 10년 도의원 시절보다 정무부지사 두 달 동안 더 많은 일들이 즉시 행정에 적용됐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그 때문에 1차 산업의 인재가 있다면 제주 행정 분야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농업과 농촌, 농민을 위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안동우 부지사는 “내가 농민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에 하나 생긴다면, 공개할 문자 하나가 있다”면서 “원희룡 지사가 1차 산업의 모든 것은 정무부지사가 결정한다고 공언을 한 바 있다. 혹시라도 내가 허수아비가 되는 날, 기자회견장에서 그 문자부터 공개할 생각이다”고 흔들림 없는 농정추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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