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어가는 지역축협 축산농가

정부 농업 홀대에 농협 축산 홀대까지 … 무자격조합원 문제 여전히 심각

  • 입력 2017.09.15 09:48
  • 수정 2017.09.15 09:5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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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역축협 조합원이 1,600~1,700명 정도 되는데 축산농가는 20%도 안 된다. 기존에 축산 하시던 연세 많은 분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무자격조합원을 그대로 두고 경제사업은 뒷전인 채 신용사업만 하니 그 피해가 고스란히 축산농가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경남의 한 지역축협 조합원의 하소연이다. 지난 2015년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전후로 불거진 무자격조합원 문제가 여전하다는 목소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시 그해 10월까지 “일선조합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역별·품목별 조합의 특성을 반영한 조합원 기준을 구체화하고, 현행의 조합원 수에 따른 조합 설립인가 기준에 판매사업 규모, 관할구역 규모, 약정조합원 수 등을 추가해 차별 적용하는 방안도 병행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뿐이었다. 발표된 대안은 없다. 단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에 ‘조합으로의 판매 원칙을 잘 준수하는 약정조합원을 적극 육성하도록 매년 계획을 수립토록 의무화’했고, ‘조합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해당 조합의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으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 제명을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만 담았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농협법 개정안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농협과 협의했지만 농협이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농협 핑계를 댔다. 형식적인 논의가 이뤄졌던 것이다. 결국 조합원 자격이나 지역농축협 설립 인가 기준은 큰 변화가 없다.

현재 기준이 되고 있는 농협법 시행령에서 지역조합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이며 출자금납입확약총액이 5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특별시 또는 광역시 등 농가호수 700호 미만인 지역은 300명 이상이다. 품목조합은 200명 이상, 출자금납입확약총액 3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조합원 자격은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소의 경우 2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자, 일정 규모의 시설 원예나 채소·과수 또는 화훼를 재배하는 자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농협법 시행령은 1995년 시행된 제도로 농업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해 무자격조합원과 불법조합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95년 기준 480만명이던 농가인구는 2017년 기준 247만명(추정)으로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50% 가까이 줄었다. 축산농가는 1995년 기준 79만호에서 2014년 기준 12만호로 85% 감소했다. 이에 축산업계에선 조합설립 인가 기준을 지역축협은 300~500명, 품목축협은 100명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2년 뒤인 2019년, 무자격조합원 논란을 둘러싼 선거 파행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 지역축협 조합원은 “아파트에 살면서 출자금만 내면 조합원이 되는 세상”이라면서 “전라도나 시골축협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인데 도시에 인접한 축협일수록 더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 조합원은 “여전히 조합장 재선을 위한 무자격조합원 유치가 횡행하고 있다”며 “여성교실 등을 하면서 예산도 그쪽으로 편중하고, 시중 1금융권을 따라가려고 하니 실제 축산농가가 소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이 조합원은 “자격이 없다고 무자격조합원을 전부 탈퇴시키면 지역축협이 강제합병의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농업 홀대 정책에 농협이 뒷짐을 진 채 불구경만 하는 가운데 결국 축산농가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한우 농가들이 농협 적폐 청산을 촉구하며 농협 해체까지 외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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