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예산, 쌀값 해결이 먼저다

[ 기고 ]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위원
걱정 없이 농사지으며 살 수 있는 환경 보장돼야

  • 입력 2017.09.10 07:12
  • 수정 2017.09.10 07:18
  • 기자명 이수미 녀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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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어느덧 가을이다. 농민들에게 이 가을은 노랗게 고개 숙인 나락을 거두는 결실의 계절이다. 지난 계절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2013년부터 쉬지 않고 떨어진 쌀값은 여전히 20년 전 가격인 채로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게 폭락한 쌀값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며칠 전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18년도 정부예산안은 2017년 400조5,000억원에 비해 7.1% 증가한 429조원의 슈퍼예산이 확정됐다고 한다. 그에 반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보다 0.04%, 아주 미미하게 증가된 수준에서 그쳤다.

뿐만 아니라 국가전체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95년 농림부 예산은 국가전체예산의 1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년 그 비중이 줄어들며 2000년 6.1%, 2008년에는 5%대가, 2014년에는 4%대가 무너졌다. ‘농민 값’이라는 쌀값이 20년 전 가격으로 무너졌고 농업·농민·농촌의 재정도 함께 무너질 위기이다.

2018년 예산안에는 폭락된 쌀값이 회복되지 않아 유발된 사업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쌀 생산조정제와 쌀 식량원조, 변동직불제이다. 2017년에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던 쌀 생산조정제가 내년 예산에는 조금 더 확대 반영됐다.

하지만 쌀 생산조정제 도입과 함께 쌀 대신 심는 타작물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콩, 사료작물, 옥수수 등에 대한 지원대책도 함께 예산안에 반영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한 쌀 생산조정제는 쌀 생산량 감축 목적이 아니라 밀, 콩, 옥수수 등 자급률이 낮은 주요 곡물에 대한 식량자급률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는 쌀 식량원조 5만톤에 대한 예산이 신규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정도 물량으로는 폭락한 쌀값을 회복하기에도, 쌀 재고문제를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식량원조와 함께 대북 쌀 교류 등 다양한 대책을 복합적으로 시행해 창고를 과감히 비워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큰 규모는 바로 변동직불금이다. 쌀값 문제만 해결돼도 발동되지 않는 것이 바로 변동직불금이다. 폭락된 쌀값이 몇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자 이제는 AMS한도까지 예산이 책정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2016년산 쌀 변동직불금이 이미 AMS한도를 초과한 바 있고 이로 인해 농민들은 쌀 소득보전장치인 변동직불금마저 모두 받지 못했다. 쌀값이 회복되면 변동직불금 예산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변동직불금 예산이 252억원, 200억원 책정됐지만 쌀값 안정으로 변동직불금이 발동되지 않아 전액 집행되지 않았다. 때문에 쌀값 회복을 위한 정책이 너무나 절실하다.

이번 농식품부 예산안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신규사업 중 하나로 청년농민 영농정착지원을 들 수 있다. 영농정착지원금과 함께 청년농민에게 자금, 교육 및 기술, 농지 등을 패키지로 맞춤형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청년이 살기 좋은 농촌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이 유입되어 농업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단기적인 성과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농민과 청년농민이 함께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히 보장받을 수 있는 농업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청년에게 농업이 삶이 되고, 살고 싶은 삶터로서의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농산물 가격정책, 농가소득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 농업생산비 뿐 아니라 농민들의 자가 노동에 대한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고, 국내 농산물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가격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농업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농민이 농사만으로도 지속가능한 생산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면 청년들도 농업에 대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농사짓고 싶다는 농민들의 그 소박한 바람은 너무나 당연한 그들의 권리이다. 농업의 공공재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아 농업·농민·농촌 예산이 증대되고 쌀값 보장, 진정 농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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