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불량식품④ 불량식품이 우리를 키웠다?
[그 시절 우리는] 불량식품④ 불량식품이 우리를 키웠다?
  • 이상락 소설가
  • 승인 2017.09.0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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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말을 새로이 만들어낼 때 그것을 ‘신조어’라고 부른다. 새로 만든 말이니 듣기에 다소 생경스럽고 엉뚱하게 여겨지는 건 당연할 터이다. 그런데 먹을거리가 뒤쪽에 놓인 다음의 복합명사형 조어들은, 아무래도 한 덩어리로 뭉뚱그리기엔 참말 뜬금없다.

석회+두부, 수은+콩나물, 담배꽁초+커피, 톱밥(혹은 쇳가루)+고춧가루, 카바이드+막걸리….

이상락 소설가

옛 시절 한 때 신문 사회면을 들었다 놨다 했던 활자들이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로 1971년에 두부를 만들 때 공업용 석회를 응고제로 사용했다 해서, 가공식품의 원조 격인 두부가 밥상에서 배척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 유명한 ‘석회 두부’ 사건이다.

그 전 해인 1970년에는 악덕업자가 콩나물을 기르는 데에 수은이 다량 함유된 농약을 사용하다 적발되는 바람에 시민들은 밥상 앞에서 공포를 느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어느 다방 주방장은 담배꽁초를 함께 넣고 커피를 끓인 것이 들통 나서 ‘다방족’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외에도 ‘국민양념’인 참기름은 워낙 가짜가 성해서 시민들이 좀처럼 그 순도(純度)를 믿어주지 않는 바람에, 가게 입구에다 「순·진짜·참·기름」이라는 표지판을 매달아서 기름장수의 ‘순정(純情)’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불량식품을 유통하다 적발된 가장 고전적인 사례는, ‘입맛’보다는 ‘눈요기’에 영합하기 위한 상술에서 비롯된, 이른바 ‘색소파동’이었다. 말하자면 먹을거리의 ‘화장발’ 때문에 생긴 사단이었다.

1968년 10월, 경주로 수학여행 간 서울의 한양공고생 300여명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보건당국에서 원인을 조사해 보니 유독성 색소로 물을 들인 단무지가 원인이었다. 다행히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사고로 단무지 생산 공장은 6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단무지가 꼭 진한 노란색일 필요는 없을 터인데, 유해색소를 써가면서까지 물을 들여서 겉모습을 치장한 걸 보면,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번은 부산시청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라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암행단속에 나섰지요. 시장 골목에 들어섰더니 생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좌판 위에 놓인 조기에다 누런 물감을 일삼아 칠하고 있는 거예요. 조사를 해보니 인체에 유해한 색소였는데, 문제는 행상하는 아주머니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더라는 거지요. 무슨 잘못을 했느냐면서 단속반을 향해서 오히려 항변을 해대니….”

옛 보건사회부 공무원이었던 오균택 씨의 경험담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식품 가공업자들이 선홍색(鮮紅色)을 내기 위해 햄과 소시지 등에 사용했던 아질산나트륨이라는 물질은, 간암이나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하여 최근까지도 논란이 일었으니, 예나 이제나 ‘색(色)에 홀려서’ 먹을거리를 탐할 일은 아닌 성싶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 좋을지는 몰라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량식품 관련 사실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지는 바람에 업자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카바이드 막걸리 파동이 대표적인데 뒷날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막걸리 제조과정에 카바이드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다만 덜 익은 수입 과일의 후숙(後熟) 과정에, 카바이드에 물을 부어서 거기서 나오는 아세틸렌가스를 쐬는 방식을 이용했는데, 문을 열면 모두 증발해버리는데도, 사람들은 바나나 등에 직접 약물처리를 한 것처럼 여겨서 소동이 일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이마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쇳가루 고춧가루 파동 역시 악덕상인이 근수를 늘리려고 일부러 쇳가루를 넣은 걸로 소문이 났지만, 알고 보니 방앗간의 기계가 마모되면서 쇳가루가 일부 섞인 것이었다. 이후 식약청의 권유로 방앗간의 기계에 강력한 자석을 부착하여 쇳가루를 분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불량식품, 우린 알고도 먹었고 모르고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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