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정개혁위원회, 개혁성·전문성 갖췄나

  • 입력 2017.09.08 14:20
  • 수정 2017.09.08 14:2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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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났지만 농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촛불민심으로 만들어진 이 정부는 농민들에게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17일 야심차게 출범한 농정개혁위원회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고 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농정>은 767호에서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 세력을 중심으로 한 농정개혁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의 농정개혁위원회는 위원 다수가 개혁적이지도 못하고,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농정개혁위원회는 발족 후 처음으로 열린 식량분과위원회에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주제는 현안인 ‘수확기 쌀 대책’이었다. 그런데 두세 개 농민단체 위원들만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전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수확기 쌀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선 어느 농민단체장은 쌀의 의무수입물량이 얼마냐는 수준 이하의 질문을 하는가 하면 어느 지자체장은 주제와 관련이 없이 생뚱맞게 포도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토론 중 쌀 생산조정제 이야기가 나오자, 수확기 쌀 대책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년에나 시행되는 생산조정제에 대해 중구난방 논점이 흐려졌다는 후문이다.

농정개혁위원회는 대한민국 농업정책의 개혁을 논하는 엄중한 자리이다. 그런데 첫 회의가 필부들의 사랑방 좌담회만도 못한 수준으로 진행됐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이미 출범하면서 예견된 일이다. 위원들 대부분이 개혁성도 전문성도 없고, 분과위원회 배치도 기계적으로 이뤄진 현재의 농정개혁위원회가 올바른 개혁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예상해 농민단체에서 실무기획단을 제안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실무기획단의 역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실무기획단이 의제 선정과 의제별 개혁방안까지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몇 가지라도 농민을 살리고 농정을 바로잡는 농정개혁안이 만들어 질 것이다. 특히 농정개혁위원회는 모든 회의 운영에 있어 문서로 된 자료를 근거로 토론을 해야 한다. 이는 즉흥적 의견과 주제를 벗어난 토론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농정개혁위원 중 스스로 판단해서 역량이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면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 농업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식에 가까운 쌀 의무수입량을 묻는 일 따윈 없다. 기본적인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추지 않고서 농정개혁을 논한다는 것은 자원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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