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뿌리고 꿈 추구한 ‘오야마농협’

오야마정, 해외여행 가장 많이 가는 마을로 … 6차산업·일촌일품 발상지로 ‘우뚝’

  • 입력 2017.09.08 13:16
  • 수정 2017.09.13 16:2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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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일본연수에 나선 정명회 소속 조합장들이 오야마농협 농산물직매장에서 농산물을 둘러보며 6차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야마농협은 국내에 6차산업과 일촌일품 운동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오야마농협은 1960년대 소득작목으로 매실과 밤을 심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어려운 농촌 현실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990년엔 농산물직매장, 유기농식당, 빵집, 찻집, 우메보시(매실장아찌) 저장실, 도예공방 등이 망라된 고노하나가르텐(종합직매장)을 국도변에 열고 농가에서 생산한 우수한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해왔다.

지난해 오야마농협의 총매출은 49억1,000만엔으로 우리돈 512억원에 달한다. 인구 4,0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만 해도 오이타현은 이렇다 할 자원이 없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서는 오이타현이 일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오야마정의 경우 산간지역이라 빈곤이 더욱 극심했다.

하지만 오야마정은 현재 여권소지자의 비율이 70% 이상에 달하며 정단위(우리의 면단위 마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가는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농가소득이 증가한 것이다. 한 마을의 이런 변화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중심엔 오야마농협이 있다. 정명회는 이번 연수에서 그 저력을 확인했다.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 여행 가자”

정명회 연수단이 오야마농협에 출하된 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오야마농협 입구엔 야하타 하루미 초대 조합장의 흉상과 함께 그가 강조한 ‘종자를 뿌리고 꿈을 추구한다’는 글귀가 새져져 있었다. 이는 오야마농협의 기본 정신이다. 조합장과 정장(면장)을 겸했던 야하타 하루미 초대 조합장은 1961년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 여행을 가자’는 구호를 들고 1차 NPC(New Plum Chestnuts) 운동을 강력히 전개했다. 당시 핵심적 목표는 농가소득 증대다.

야하타 세이고 현 조합장은 “당시만 해도 가난한 마을이라 주민들 중에 고학력이 없었고, 국내보다는 자극이 큰 해외여행을 통한 문화적 충격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여행을 통해 실제로 지혜를 얻고 다시 일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켜 오늘의 성공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 언론에선 작은 마을이 어떻게 하와이 여행을 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고 하와이 여행이 실제로 이뤄지며 오야마정의 사례는 전국적 사례로 부상했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농가 자부담이 원칙이다.

오야마농협은 농가소득 증대에 이어 인재양성과 살고 싶은 농촌마을을 만들자는 2차, 3차 NPC 운동을 벌였다.

종합직매장 방문객만 연간 270만명

오야마농협의 NPC 운동은 지역특성에 맞는 농업개혁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에선 쌀 증산을 위한 규모화 정책을 폈지만 오야마농협은 다품목 소량생산, 고부가가치 판매를 추진했다. 1인당 경지가 40a일 정도로 척박한 산간지역이라 쌀보다는 매실과 밤, 자두, 포도, 은행, 유자 등 과수와 면적이 좁아도 단을 높이 쌓아 공간을 활용한 표고·팽이버섯 등의 농사를 장려했고, 이를 마을특색에 맞게 가공했다. 또한 kg출하가 아닌 g단위 소포장 판매도 시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촌의 보물은 산과 들, 강 등 자연에 있다고 강조하며 모든 자원을 상품화해 소득으로 연결시켰다. 이는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입으로 맛을 보는 일본의 미식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례로 가을에 붉게 물든 감나무잎도 요리의 장식용으로 쓰일 수 있어 소포장을 하면 200엔에 팔린다.

오야마농협은 문화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동력 절감에도 공을 들였다. 주3일, 1년에 180일만 일하도록 지도한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오야마농협은 운동의 연장선에서 고노하나가르텐도 열었다. 연간 방문객이 270만명에 달할 정도로 주변 소비층을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출하농가는 3,400명이 넘는다. 또한 매년 우메보시 전국대회를 열며 관련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유기농식당의 요리는 농가의 여성농민들이 담당한다. 일자리 창출 역할도 톡톡히 한 셈이다.

지난 2007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1만6,000엔짜리 명절 1~2단 도시락도 흥행했고, 하루 반짝 판매로 1억엔, 우리돈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일궈내기 위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동지들이 모인 곳이다”

오야마농협의 오야마 농업공원(오르가닉 랜드) 소개 책자

오야마농협은 다양한 경제사업을 추진하며 그 비중이 사업규모의 90%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농협의 자기자본 비율이 보통 10~12% 정도지만 오야마농협은 31.8%에 달한다. 7년 후 40%를 목표로 두고 있다. 정부 지원이 아닌 자체적 해결에 중심을 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오야마농협은 2015년 3월 27ha의 토지에 농업공원(오야마 오르가닉 랜드)을 짓기도 했다.

현의송 대표는 “오야마농협은 600명의 조합원과 300명의 임직원이 있다보니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이 별도로 필요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합장의 뜻과 의지가 잘 전달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 대표는 “실제로 언론이 농가를 취재하면 일종의 종교로 보일 정도로 의식의 일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부연했다.

농업·농촌·농민을 중심에 둔 농업개혁으로 이상적 농협에 한걸음 더 다가선 오야마농협. 정명회 연수단이 야하타 세이고 조합장의 설명과 견학을 하면서 감탄을 반복한 이유다.

야하타 세이고 조합장은 “농협을 위해서 농가가 있는 게 아니라 농가를 위해서 농협이 있다는 기본정신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며 “젊은이가 남는 농업·농촌을 위해 이념은 계승하고 스스로 꿈과 희망을 만들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농촌 발전에 대한 사명감이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 농촌농업 발전에 힘써 달라”고 정명회 연수단에 당부했다.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가 오야마농협 입구에 있는 야하타 하루미 초대 조합장의 흉상과 그가 강조한 ‘종자를 뿌리고 꿈을 추구한다’라는 기본정신을 설명하고 있다.
야하타 세이고 오야마농협 조합장은 “6차산업의 성공에 기반해 농업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오야마 농업공원(오르가닉랜드)까지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오야마농협 종합직매장인 기노하나 가르텐의 유기농 식당은 농가의 여성농민들이 요리를 담당한다. 일자리 창출 역할도 톡톡히 한 셈이다. 지난 2007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1만6,000엔짜리 명절 1~2단 도시락도 흥행했고, 하루 반짝 판매로 1억엔, 우리돈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일궈내기 위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야마농협 자재창고 위엔 “함께 일하고 배우고 사랑하자, 여기는 동지들이 모인 곳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농민과 농협임직원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이상적 농촌을 만들어가자는 데 마음을 모으자는 뜻일 터. 정명회 연수단은 그 아래서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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