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찰, 겨우 10시간 전 통보 뒤 소성리 진출 시도 주민·활동가 400여명, 경찰 8천여명에 맞서 밤샘 농성 결국 사드 1개 포대 배치 완료 … “우리가 완전히 속았다”
입력 2017.09.07 16:41
수정 2017.09.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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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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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4월 사드 레이더 기습배치 때와 같은 풍경이 문재인정권 하에서 다시 한 번 그려졌다. 잇따른 징조에 배치 강행을 대비하던 성주 소성리는 결국 ‘사드 즉각 철회’를 외치던 그의 배신을 온몸으로 느끼고 말았다.
지난 6일 오후 국방부가 남은 4기의 사드를 바로 다음날 추가 배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성리 종합상황실 측은 SNS 등을 통해 소성리에 모여 함께 사드 반입을 막아 달라 호소했다. 경찰에 의한 출입 통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는 주민과 성직자들을 포함, 400여명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오후 9시 30분, 마을 입구를 막은 농기계를 견인한 경찰은 날이 바뀐 7일 0시경 병력 8,000여명을 동원해 본격적인 해산작전에 돌입했다. 이로서 ‘야간 배치는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소성리에 모인 사람들은 마을회관 앞에 미리 차량으로 구축해 둔 바리케이트의 빈틈을 몸으로 메우며 결사저지에 나섰다.
속도는 비록 더뎠으나 경찰은 압도적인 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30분이 지나자 북쪽 김천 방향 저지선 일부가 무너져 내렸고, 약 3시간 뒤에는 집회 연단을 중심으로 직경 10m도 안 되는 경찰의 포위망이 형성됐다. 이 무렵 언론보도를 통해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서 사드발사체가 성주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경찰은 진입의 강도와 횟수를 더욱 늘렸다.
밀려드는 경찰과 이를 막으려는 참가자들 사이에 산발적인 몸싸움이 벌어지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다만 양측 모두 맨몸 밀어내기 이외의 수단을 이용한 의도적인 폭력 사용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치 과정이 길어지자 스트레스가 쌓인 양측은 국지적으로 거센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진입로에 남은 이들은 서로의 몸을 줄로 엮거나 인간사슬로 차량에 자신들을 묶어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수많은 병력의 힘을 앞세워 사람들이 묶여 있는 소형 차량을 통째로 들어 옮겼다. 사드 포대와 관련 차량들이 6시 30분경 남김천IC에 도착했지만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발이 묶인 상황이 되자, 조급한 나머지 최소한의 안전 수칙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찰의 진입로 확보가 완료된 오전 7시 이후에도 반입을 막기 위한 처절한 시도가 계속 됐다. 호위 없이 홀로 남아 사실상 끌려 나갈 처지가 된 운전자들은 견인을 막으려 기습적으로 차를 이리저리 돌렸고, 끝내 차문이 열리면 밖으로 끌려 나가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7시 30분 경 마지막 차량이 견인되자, 이번에는 마을회관 쪽에 몰려 포위돼 있던 참가자 중 10여명이 경찰의 포위를 뚫고 진입로에 진출했지만 직후 모두 끌려나왔다.
오전 8시 15분, 결국 나머지 사드 4기가 마을회관 앞을 통과했다. 소성리 주민 및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들은 망연자실해 주저앉았다. 다른 어떤 이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여전히 미동도 않는 병력의 벽에 다시금 몸을 날렸다. ‘문재인에게 완전히 속았다’. 사람들은 서로와의 대화에서, 혼잣말로, 발언대에서, 끊임없이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