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태학, 어떻게 하냐구요?

부여여농, ‘농생태학 실습소’ 3년차
섞어짓기 농법에서 지속적인 발전
앞으로는 ‘어떻게 전파할까’ 고민

  • 입력 2017.09.03 12:37
  • 수정 2017.09.03 15:0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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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31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여군여성농민회의 ‘농생태학 실습소'를 방문한 여성농민들이 경작지의 토양을 확인하고 있다.조영지 녀름 연구원 제공

아직은 이름도 생소한 ‘농생태학’. 우리의 씨앗을 가지고 우리의 방식만으로 지속가능한 농사를 짓는다는 철학은 가히 식량주권 사수 운동의 정점이라 할만하다. 이 농생태학의 전파를 위해 여성농민들이 시작한 조그마한 ‘실습소’가 매해 의미 있는 수확을 거듭하며 꿈나무들의 이정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30일, 충남 부여군 내산면 천보리의 ‘구레울 체험마을’에서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여성농민 농생태학 학교’의 3회차 강의가 열렸다. 지난 1·2회차 강의를 거치며 농생태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한 여성농민들은 이제 ‘방법’으로 고민의 초점을 옮겼다. 이를 위해 마련된 가장 중요한 순서는 한발 앞서 농생태학을 시도한 선구자들의 경험담을 듣는 자리였다.

전여농 부여군여성농민회(회장 서짐미, 부여여농)가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농생태학 실습소에서는 300평 규모의 경작지에서 농생태학의 실현 및 전파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본지 2016년 7월 4일자 기사 참조). 이날 실습소의 관리책임자를 맡은 신지연 부여여농 조직교육부장을 통해 그간의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땅심’이 살아났다. 첫해 쇠스랑으로도 파내기 힘들 정도로 딱딱해 기계를 통한 경운이 불가피했던 땅은 몰라보게 푹신해져 지난 2016년부터는 무경운으로 경작이 가능해졌다. 작물 중간중간에 식재한 메리골드, 대파, 허브 등이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는 점도 확인했다.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결과물은 ‘섞어짓기’다.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된 섞어짓기는 한 곳의 경작지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법을 말하는 것으로, 경작지에 주로 심을 작물과 함께 자랄 수 있는 몇 가지 작물을 동시에 재배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추구하는 농생태학과 잘 어울리는 농사법이다.

아무 작물이나, 그리고 아무렇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여여농의 농민들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여러 가지의 섞어짓기 농사를 발견했다. 예를 들면 고추를 주작물로 하는 밭에서는 수수나 들깨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대신 키 큰 들깨가 볕을 가리지 않도록 파종 거리에 주의해야한다. 실습소는 주작물 기준 30여종의 파종·수확시기 및 농사법을 정리해 자료로 남겼다. 할머니들의 농법과 토종씨앗을 발견하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무엇보다도 밭에 들어가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들어가자마자 숨이 막히는 하우스, 단조로운 풍경의 관행농사 경작지와 달리 다양한 작물과 나름의 역할을 가진 풀들이 어우러진 ‘예쁜 밭’은 농민으로 하여금 심신의 안정을 주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한다고 전했다.

신지연 부장은 외부에서 보기에 접근이 어렵게 느껴지는 ‘엄격한 실천’이 농생태학의 핵심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계를 예로 들면, 무조건적으로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수용할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자립성을 지킨다는 큰 명제를 유지하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토종씨앗에 대한 개념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전여농의 조직교육을 통한 전파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방법을 찾은 지금, 부여여농은 앞으로 농생태학의 실천과 연구뿐만 아니라 지역에서의 확산 및 전파를 위한 고민을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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