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앞에 모인 농민들

“자급률 증가 위해 최선 다했건만 수매도 안 된다니…”
올해 우리밀 파종 `중단'도 불사

  • 입력 2017.09.03 11:31
  • 수정 2017.09.03 11:3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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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600명 모일 뻔한 걸 200명으로 줄인 거다.”

지난달 30일 전라남도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우리밀 재고해소와 식량자급률 확대를 위한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최성호 구례 우리밀가공공장 대표가 한 말이다. 오전 11시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전남도청 앞은 200명 남짓한 농민들 및 우리밀 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원래 600명이 모이려 했다는 건, 우리밀 정책에 있어 손 놓은 정부에 대한 농민의 분노가 그만큼 크단 의미였다.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농민들은 각자 하나씩 흰색 손 피켓을 들었다. 피켓엔 다음과 같은 구호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밀 자급률 제고를 위한 주정과 군납정책 즉각 시행하라!’

‘주정원료 1만톤은 우리밀로 자립하자!’

‘우리밀 1만톤 공공비축 즉각 시행하라!’

‘군 급식에 우리밀(국내산농산물) 사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우리밀 재배 농민들 200여명이 ‘우리밀 재고해소와 식량자급률 증대를 위한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1시 기자회견에서 최성호 대표는 작심한 듯 정부를 비판했다. 최 대표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우리 농업은 완전히 몰락했다. 이는 정부가 주도한 수입개방 정책 때문인데, 우리밀만 봐도 350만~400만톤 분량으로 1억 가마니가 수입됐다”며 정부가 그 동안 펼친 밀 수입정책 문제를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어 “밀 농가들은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년간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우리밀을 100만 가마니, 4만톤 생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4만톤 중 2만5,000톤은 시장 수요가 있지만, 나머지 1만5,000톤의 재고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반드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올해 가을 밀 파종도 중단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는 사실상 우리밀 농업 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최 대표는 우리밀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 건의서까지 농식품부에 보냈지만, 농식품부는 기자회견 순간까지도 건의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분위기는 격앙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 김재욱 의장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잘 하고 있습니까? 다른 분야에선 몰라도 농업 분야에선 어떻습니까?”하고 묻자 참가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아니요”, “잘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김 의장은 우리밀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참가자들을 더욱 북돋웠다.

광주 우리밀생산자협의회 김선정 회장은 “국가에서 우리밀 자급률 5%를 만들어달라 해서 농민들은 열심히 밀을 생산했건만, 정작 그렇게 생산량을 늘리니 수매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밀 재고량의 1%, 아니 0.5%만이라도 처리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렇게 집단행동에 나오지도 않았다”며 울분을 표출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농 진도군농민회 곽길성 회장은 “우리나라의 연간 밀 소비량 400만톤 중 식용이 200만톤, 사료용이 200만톤이다. 그럼에도 겨우 1만5,000톤의 우리밀도 소비가 안 되는 이런 염병할 나라 속에 살고 있지 않냐”고 했다. 곽 회장은 정부가 우리밀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했음에도, 그 문제에 있어선 민주정권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에 그나마 있던 학교 및 군대 급식용 밀 보급도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우리밀농업협동조합 천익출 조합장과 최성호 대표, 김재욱 의장이 전남도청 관계자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재욱 의장은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행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농식품부도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돈을 틀어쥔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부의 우리밀 관련 예산 요구를 번번이 거절 중이라는 천익출 조합장의 전언도 있었다. 농심의 분노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행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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