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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우리밀, 해법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수입밀의 물량공세에 잠식된 우리밀은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을까. 지난달 30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우리밀 재고해소와 식량자급률 증대를 위한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농민이 굳은 표정으로 ‘우리밀 1만톤 공공비축 즉각 시행’을 정부에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의 밀 농업을 사람의 건강 상태로 비유하자면, 그야말로 가쁜 숨만 몰아쉬는 중환자 상태다. 1950년대 미국의 원조경제로 미국산 잉여 밀이 대거 들어오는 과정에서 국내 밀 생산기반은 1차 타격을 입었다. 이미 이 때부터 거의 99% 수준의 수입 밀이 국내 밀 시장을 잠식했다.

한동안은 정부의 밀 수매로 근근이 버텼지만, 그마저도 1984년 전두환 정권의 전격적인 밀 수매 중단조치로 2차 타격을 입었다. 이때 국내 밀 자급률은 0.2%. 사실상 전멸 직전 수준이었다.

우리밀의 ‘사망 선고’를 막기 위해 앞장선 건 정부가 아니라 농민들이었다. 농민들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2004년엔 우리밀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품목농협인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조합장 천익출, 우리밀농협)을 창립했다. 각고의 노력에 정부도 못 본 척할 수만은 없었다.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까지 우리밀 자급률 10%를 달성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우리밀 10% 자급률 목표만 세웠을 뿐,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실종됐다. 그나마 정책 일관성도 없어, 10% 자급률 목표는 어느새 5%로 줄었다. 농림부는 생산량을 늘리기 좋다는 이유로, 우리밀 품종 중에서도 ‘백중밀’ 공급을 적극 권장·실행했다. 농림부 산하 국립식량과학원은 생산자 교육을 통해 백중밀의 높은 생산성을 강조하며 백중밀 재배를 권장했고, 국립종자원도 개별 밀 농가가 백중밀을 원한다는 걸 구실 삼아 백중밀 종자 보급을 늘렸다.

백중밀 외에도 금강밀, 조경밀, 고소밀 등 다양한 우리밀 품종에 대한 보급 노력, 우리밀 시장 수요예측, 밀 품질 관리 등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조치들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우리밀 생산량 목표치만 던져주고 그 어떤 정책적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밀은 ‘3차 타격’의 위기를 겪고 있다. 자급률은 여전히 2% 안팎을 맴돌고 있고, 백중밀이 대다수인 우리밀은 각지의 창고에 재고가 가득 쌓여 있다. 전체 재고량은 1만5,000톤으로, 이 막대한 재고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신곡 추가 수매도 중단 상태다. 이대로 가을 밀 파종 시기가 도래하면, 농민들은 우리밀 농사를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농민들은 재고 문제 해결과 우리밀 자급률 제고를 위해 △주정용 밀 최소 5,000톤 이상 공급 △학교·군대 등 공공급식에 우리밀 공급 △공공비축 등의 대안을 제시 중이다.

우리밀을 살리는 건 단순히 밀만 살리는 게 아니다. 우리 농업 전체를 살리는 일이다. 논에서의 밀 이모작 재배를 통해 쌀 생산량을 조정하고, 밀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당장의 밀 재고 문제를 해결 못 하면 가쁜 숨이나마 내쉬는 우리밀 농업은 숨이 끊길지도 모른다. 이는 그대로 여타 이모작 작목인 보리류 재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상황의 시급성을 깨닫고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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