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자급률 1% 오르니 팔 곳 없어

5.1% 자급률 목표 뒷받침 할 정책 부재
농식품부 엉뚱한 해법 “자급률 보다 적정생산 시급”

  • 입력 2017.09.03 08:58
  • 수정 2017.09.03 09:2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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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우리밀농협의 가공공장에서 장류의 원료로 나가는 밀을 도정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우리밀농협은 올해 우리밀 8,000톤을 수매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우리밀 자급률 목표를 5.1%로 세웠으나 구호에 그치고 있어 우리밀을 심을수록 농가 고충이 늘어나고 있다. 자급률 목표에 걸맞는 정책 부재가 우리밀 증산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실제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에서는 “자급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재고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적정생산이 필요한 때”라고 엉뚱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무줄 자급률, 10% 높였다 5.1% 낮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밀 자급률 향상에 정책적 관심을 모은 배경엔 2007년, 2008년 세계적인 곡물파동이 있다. 세계적인 흉년이 들자 수입하는 곡물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에 의존했던 곡물 자급률에 경각심이 발동했다.

2008년 정부는 당시 1%에 못미친 밀의 자급률을 2017년까지 10%로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목표연도를 2년 앞당겨 2015년에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더구나 자급률 상향 이후 다소 늘어난 생산량 처리에 그때그때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2015년 우리밀 자급률은 또 한 번 조정기를 맞아, 2020년 5.1% 달성 목표가 세워졌다. 농식품부와 밀생산자·가공업체 등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점 등을 감안한 현실적 목표라며 자급률 달성을 다짐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생산부분에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품종개발 및 보급종 확대 △유통부분에서 맥류 건조·저장시설 설치 확대 △농협을 생산자 주체로 육성해 생산·유통 담당 △소비촉진 부분에서 홍보강화와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강화 등을 핵심 검토사항으로 밝혔다.

그런데 우리밀 파종을 두달여 앞둔 시점, 우리밀 생산농가는 또 다시 재고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0.2%에 머물던 자급률이 지난해 생산량 3만8,000톤으로 1.6%로 올라가자 전년도 재고도 미처 다 소진하지 못한 우리밀 창고가 더는 공간이 없이 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밀 자급률 정책이 또 한 번 실험대에 올라있는 현실이다. 농민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자급률 수치만 있을 뿐 정부가 우리밀산업의 규모를 키울 어떤 정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산업과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4,000톤 가량 ‘우리밀 공공비축미’ 매입예산 42억원을 세웠으나 이마저도 예산당국이 삭감했고, 매년 지원한 국산밀협회 자조금 예산이 전부다.

다양한 우리밀 종자 개발 부재

또 자급률 수치에만 초점이 있던 터라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다양한 품종 보급도 미흡했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촌진흥청 등은 한때 ‘백중밀’ 품종 보급에 앞장서 왔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송동흠 운영위원장은 “백중밀은 다수확 다용도밀이다. ‘생면용’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품질이나 시장 적합성이 부족해 소비용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2015년만 해도 국립종자원 보급종 밀의 상당수가 백중밀이었다”면서 “농민들이야 많이 생산되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정책도 소비성이 떨어지는 백중밀 집중문제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우리밀 1년 소비량을 2만4,000톤으로 봤을 때 1만톤 가량 재고물량의 대부분이 백중밀이기 때문에, 소비확대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수매-가공-유통 우리밀산업화 기반도 태부족

맹목적인 생산량 증대에만 우리밀 자급률 정책이 이어져 오면서 ‘가공과정을 거쳐야만 소비할 수 있는’ 우리밀의 가공-유통 기반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밀 수매는 파종기 전에 수매가격과 수매량이 예고되는 시스템이다. 수확 후에는 전국 생산량의 85%를 (주)우리밀, 한국우리밀농협, 아이쿱생협, 삼립GFS, 구례우리밀 등 6개 민간업체에서 수매하고 있다. 민간업체가 수매와 유통까지 부담하고 있는 구조 속에 소비가 정체되면 수매대금부터 꽉막혀 자금난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수입밀 보다 3배 비싼 우리밀, 가격정책도 ‘0’

우리밀은 현재 수입밀보다 3배 정도 가격이 높다. 정부 정책은 수입밀과 우리밀 가격차이에 대한 대책도 찾아볼 수 없다. 농민들은 종자비용, 비료비용 등 생산자재를 지원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밭직불금을 올려 우리밀 재배농가의 소득보전책을 동반하는 방법 등도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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