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의소, 법 제정이 급한 것 아니다

  • 입력 2017.09.01 15:34
  • 수정 2017.09.04 10:5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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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임박해 오면서 지난 2월 무산된 농업회의소 법 제정이 일부 지지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업회의소 법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이 됐다. 그럼에도 무조건 법부터 만들고 보자는 주장이 계속 되고 있다.

지금 논의되는 농업회의소는 농민들을 대표할 수 없기에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 농업회의소는 지난 7년간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곳이 거의 없다. 한 두 지역 사례를 모범이라고 하지만 그 지역 내에서도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혼재한다.

그렇다면 왜 시범사업의 성과가 이렇게 미미한가를 살펴봐야한다. 이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농업회의소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회의소의 필요성을 느끼는 농민이 얼마나 될까. 필요성은 커녕 농업회의소가 뭔지 아는 농민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람들이 앞장서서 농업회의소를 들고 나와 필요성을 역설하며, 마치 농업회의소가 작금의 농업문제를 해결할 요술방망이인양 주장하고 있다.

농업회의소가 진정한 농민들을 대표해 거버넌스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힘과 권위가 있어야 한다. 이 힘과 권위는 농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제도에 의해 힘과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농업회의소가 농정당국과 대등한 위상을 갖추려면 법 제정에 앞서 농민들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그 힘부터 응집돼야 정책에 개입력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처럼 법에 의지해 조직을 만든다면 그 조직의 힘과 권위는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농민들의 농업회의소가 아니라 몇몇 야심가들의 활동조직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현재 시범사업 지역 중 잘된다는 곳을 따져보면, 지자체장의 지원이 있거나 회장 또는 사무국장의 능력이 탁월한 곳이다. 농민들의 절대적 지지로 농업회의소의 명성을 빛내는 것이 아니다. 결국 행정의 지원과 간부의 능력이 농업회의소 성패를 좌우한다면 애초에 목표한 농업회의소 기능은 정상 작동될 수 없다.

또 이것이 전국화 된다면 이런 성공 조건을 갖춘 지역이 과연 몇 곳이나 될 것인가. 결국 농업회의소는 행정의 악세사리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역사와 문화가 다른 유럽의 농업회의소 사례를 한국에 끼워 맞춘다고 될 일이 아니다. 농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는 농업회의소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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