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밥차 한번 해 봅시다

  • 입력 2017.08.27 17:53
  • 수정 2017.08.27 18:5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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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맞춤’이란 말은 의상실이나 양복점 간판에서 자주 보아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복지라는 말에 제법 많이 붙습니다. 좋은 건강, 윤택한 환경과 안락한 생활을 위한 조건을 대상의 조건과 처지에 따라 맞춘다는 뜻이겠지요.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요구를 모아본다면 필시 사람 숫자만큼 가짓수가 많을 것입니다. 각자가 바라는 복지에 대한 바람이 다 다를 테니까요.

나에게 맞춤형 복지로 무엇을 바라냐고 물어본다면 잠시도 망설임 없이 ‘밥차’라고 하겠습니다. 밥차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밤샘 촬영장에서 기술진들에게 한 턱 쏘는 근사한 모양을 생각하기 쉽지요. 물론 이벤트로다가 그런 자리도 멋지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밥차도 그만큼 값지겠습니다.

아직까지 한여름은 무더워서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서 아침저녁으로 한낮의 햇살을 피해 고추를 따거나 가을농사 준비를 하려하니 분주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같은 늦여름은 가뭄과 장마로 밥상을 차릴 마땅한 푸성귀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때마다 끼니를 준비하려니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인간이 안 먹고 살 수는 없는지, 먹으려 사는지, 살려고 먹는지 철학적으로다가 도랑물처럼 얕은 생각을 해보는 것도 딱 이럴 때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 쯤이면 묵은 계절에 먹던 대부분의 음식들도 좀 지겹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의 입맛도 바닥이요, 식재료로 동이 나고, 농사일은 겹겹의 부담을 줄 때 혜성처럼 밥차가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이장님이 마을방송으로 밥차가 왔다고, 국이랑 찬을 가져가라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농번기 마을공동 급식사업이 농촌지역 복지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도 그 사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토론을 한 적 있는데 결론은 하지말자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식사를 준비할 담당자가 없음입니다. 좀 젊은 사람들은 농사일이 많고, 연배가 있는 분들은 마을 분들의 요구를 맞추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몇 푼의 돈으로 이전까지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은 것이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바람일테니까요. 싱겁네, 짜네 하는 한 두 마디 덧붙이는 말들의 자극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을처럼 작은 동네는 이런 까닭이지만 큰 동네들은 또 다른 이유도 많습니다. 마을단위의 농사는 옛말이고 집에서 좀 떨어진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을단위의 급식보다 들녘별 급식을 주장합니다. 점심밥을 먹으려고 집으로 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 셈입니다.

그러니, 도시의 유휴인력이 참여해서 `맞춤형 밥차'를 운영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들녘이나 마을회관으로 다니면서 밥과 행복을 배달하는 밥차, 근사하지 않나요? 맞춤형 복지시대에 사람들의 요구, 더 정확히는 때마다끼니를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 복지사업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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