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민물매운탕과 장어

  • 입력 2017.08.27 11:47
  • 수정 2017.08.27 11:49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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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무더운 여름철은 매일을 거의 땀으로 사우나하다시피 하는 농부님들에겐 정말 고역의 나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땀을 흘리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체력은 고갈되고 입맛조차 잃어버리는 이런 때, 기력도 보충하며 입맛을 돋우어 줄 적절한 음식이 있어 소개드립니다.

바로 민물매운탕입니다. 붕어나 메기 또는 피라미나 짜가사리를 넣고 시래기나 깻잎 등을 넣어 끓여낸 민물매운탕은 그 냄새만 맡아도 바로 입맛이 도는 여름철 보양음식입니다.

민물매운탕의 재료로 쓰이는 붕어는 예로부터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때, 어죽으로 끊여 먹으면 잃었던 위의 기능이 회복되며 입맛을 찾는 음식으로 쓰여 왔습니다. <동의보감>에도 붕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위가 약하여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는 것을 다스린다고 나와 있습니다.

매운탕의 재료로 쓰는 민물고기들은 모두 소화흡수가 잘되고 우리의 기력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공통되는 성질로서 이뇨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모들이 잉어나 가물치 등 민물고기를 고아먹는 이유도 이런 민물고기들이 산모의 부기를 내려주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에게도 요도염이나 신장염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메기는 특히 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피라미는 황달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쏘가리는 허약한 몸을 돕고 위를 튼튼하게 합니다.

민물고기 중 특이하게 생긴 것들 중 짜가사리(또는 빠가사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생긴 것이 상어를 닮았다 하여 황상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짜가사리를 민물매운탕에 넣으면 매운탕 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게 됩니다. <동의보감>에선 이 짜가사리의 효능으로 특별히 ‘술을 깨게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부님들 술 한 잔이 생각날 때 이 짜가사리를 넣은 민물매운탕을 안주로 먹으면 술도 빨리 깨며 몸도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의 끈적거리는 성분에 있는 뮤신은 위장을 보호하고, 콘드로이친이란 성분은 혈관과 장기를 청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꾸라지엔 또한 타우린도 풍부하여 간 해독을 돕습니다.

그럼 장어는 어떨까요?

장어는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 고갈돼 피로와 무기력증이 찾아 올 때, 장어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과 양질의 단백질은 소화흡수도 빨라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적기에 보충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음식으로 꼭 값비싼 민물장어만을 찾을 일은 아닙니다. 흔히 횟감으로 쓰는 아나고(붕장어)나 꼼장어라 불리는 먹장어 또는 바닷장어인 갯장어에도 민물장어 못지않은 불포화지방산과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 굳이 장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바닷고기나 민물고기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잘 갖추고 있으니, 딱히 한 가지만 너무 추구하는 건 지혜로운 섭생법이 아닐 것입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해동까지 사람을 보내 찾아 헤매었지만 결국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수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듯이 어떤 특별한 음식에서 건강을 구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을 무리시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몸이 무리하다 보면 점차 기가 고갈되면서 나중에는 대사의 기초를 받쳐주는 위기(胃氣)마저 손상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흡수가 안되니 몸이 건강해 질 수가 없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들이 좋다는 먹거리에 집착하지 말고 적절한 노동(운동)과 적절한 휴식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제철 음식들을 과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다면, 장어를 아무리 많이 먹는 사람이라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건강한 수명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철, 위기(胃氣)를 상하게 하는 과식, 상한 음식, 과로 등을 피하면서 우리 농부님들 모두 건강한 몸으로 여름을 무사히 잘 보내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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