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넷, 경찰 제지로 청와대 앞 기자회견 무산

경찰, '20명 인원제한' 제대로 전달 안 해 ... 정당성 물음에는 "서울청 내부지침"
10대 전력정책 실현 의지 묻고 정부-한전-주민 3자 공청회 제안

  • 입력 2017.08.22 17:14
  • 수정 2017.08.27 18:3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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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2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주민들의 진입이 가로막히자 밀양에서 온 한옥순 할머니가 주저앉아 항의하고 있다.
22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주민들의 진입이 가로막히자 이계삼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사무국장이 항의하고 있다.
22일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의 주민 70여명이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맞은편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계획된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은 '20명 인원제한'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막아 이뤄지지 못했다.
22일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에 새로 합류한 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건설 예정인 송전선로와 변전소의 지중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청와대 앞 기자회견의 자유는 언제쯤 제대로 보장될까.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전송넷)’ 소속의 밀양‧청도‧군산‧당진‧횡성‧광주 광산구 주민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위해 상경했지만 경찰의 벽에 발길을 돌려야했다.

당초 전송넷은 22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전력정책 전환을 위한 10대 제안 실현과 정부-한국전력-전송넷 3자 공청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주민 70여명은 11시경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경찰은 ‘20명으로 기자회견 인원을 제한한다’고 통보하며 막아섰다.

주민들은 경찰 측에 “우리는 집회가 아니라 기자회견을 하러 온 것인데 인원 제한이 왜 필요하냐”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마주한 경찰 간부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순간 미신고집회가 돼 버린다. 청와대는 법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장소”라며 “다른 단체들에게도 똑같이 최대 20명 규모의 기자회견만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명 제한’이 무엇을 근거로 하냐는 질문에 해당 간부는 ‘서울지방경찰청 방침’이라고만 설명할뿐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이어 ‘범법 행위 예방’이라는 발언까지 나오자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 주민은 경찰에게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살살 약 올려서 사고 치게 만들고, 그 건으로 쫓아내려고 하는 게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미 지난달 3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수십명 규모의 기자회견을 열려다 경찰의 저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성주‧김천 주민들의 사례로 봤을 때 이날 경찰의 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인원제한의 정당성 문제를 접어두더라도, 경찰은 사전고지 역시 명확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송넷과 함께 기자회견을 계획한 광주 광산구 154kV송전탑·345kV 변전소 건설 반대 지중화 대책위원회(광산구대책위)의 기원주 상임대표도 ‘20명 제한’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60여명의 주민이 상경했지만 결국 이들 모두 청와대 앞은 가지 못했다.

전송넷은 결국 20명 규모의 기자회견을 포기하고 물러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약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계삼 전송넷 사무국장 역시 사전에 20명 제한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한 경찰의 잘못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송넷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2일 전송넷이 '광화문 1번가'를 통해 문재인정부에 제안한 '전국 송‧변전시설 갈등의 예방과 에너지 정의를 위한 10대 전력정책'의 실현 의지를 묻고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10대 전력정책은 전원개발촉진법의 독소조항 폐지 및 송‧변전시설 건설의 절차적 정당성 개선, 마을공동체 파괴 대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전력 정책 전환을 위한 정부-한국전력-전송넷 3자 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다. 

한편 광주 광산구대책위는 현재 한전이 추진 중인 154kV 덕림분기 송전탑건설, 345kV 광산 장성 변전소 건설의 지중화를 촉구했다. 광산구대책위는 "한전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입지 선정자문위를 구성해 극비로 진행하면서 불안과 혼란을 야기시키고, 보상이란 명분으로 주민 줄세우기를 하면서 분열을 조장하고 공동체생활을 파괴하였다"며 "헌법에 명시된 환경보존의 의무를 국가가 수십년째 외면하고 있어, 이제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 강산의 환경 파괴 주범인 송전탑·변전소 지상건설이 사라질때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상기된 6개 지역의 주민 대표들은 이날 청와대 기후에너지비서관실 염광희 행정관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염 행정관은 전송넷 측이 요청한 정부(산업통상자원부) – 한전 – 전송넷 간 3자 공청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염행정관은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집중하느라 송전선로에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 문제에 대한 논의와 조정을 시작하겠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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