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래돼지를 찾아서

붉은 육색과 쫄깃한 육질, 고급육 가능성 보여
해외 로열티 공세 대안 … 시장형성·기준확립·혈통보전 등 과제

  • 입력 2017.08.20 11:57
  • 수정 2017.08.25 10:0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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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환경오염, 동물학대 오명에 ‘무허가축사’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우리 축산. 축산물도 주권을 가져야할 식량이건만 이 시대의 축산은 애달프다. 지난 겨울 축산농가를 괴롭힌 가축질병을 막아낼 방역체계부터, 미래 축산이 지향해야 할 사육환경개선, 생산비를 줄이면서도 질 좋은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종축개량과 넘쳐나는 수입축산물 속에서 우리 축산유통의 대안까지. 본지는 전 축종을 아울러 우리 축산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3. 종축개량, 어디로 가고 있나

① 한우, 개량이 농가소득으로

② 토종닭, 순계를 아십니까?

③ 우리 재래돼지를 찾아서

④ ‘세계적 수준’ 젖소, 이제는  


최근년간 한돈농가들은 활황을 맞고 있다. 평균 비육돈 경락가격은 2014년 ㎏당 4,741원으로 올라선 뒤 2015년 ㎏당 4,939원, 2016년 ㎏당 4,600원을 올렸다. 공급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등급판정두수 1,652만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돼지고기 수입량과 종돈 수입량도 늘어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3년 18만톤에서 2014년 27만톤, 2015년 36만톤, 2016년 32만톤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종돈수입은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7,000두를 넘은 뒤 연 2,000두 내외로 꾸준히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종돈수입 규모가 3,000두를 넘어서더니 올해 상반기에 수입물량이 2,000두를 돌파했다.

활황을 맞아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종자자원으로 소중한 가치가 있는 재래돼지 복원이 재조명을 받아야할 이유다. 농진청에 따르면 재래돼지는 육색이 붉어 소비자의 기호에 맞으며 쫄깃한 육질로 식감이 좋다. 근내지방 함량은 4.38%로, 요크셔종(1.56%)이나 랜드레이스종(1.88%)보다 높아 고급육으로 가치가 있다.

국내 연구기관과 민간의 재래돼지 복원작업은 1980년대부터 시작했다. 한 때 재래돼지협회를 구성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지만 적은 산자수와 긴 출하체중 도달일령 등 경제성이 낮아 농가들이 차츰 재래돼지 사육을 포기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우리흑돈.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1989년 재래돼지를 전국에서 선발해 혈통을 보전하는 순수화 복원을 시작했다. 2008년 축산과학원은 ‘축진참돈’이란 이름으로 재래돼지 상표등록을 출원했으며 재래돼지와 개량종을 교합한 ‘난축맛돈’(2013년 개발)과 ‘우리흑돈’(2015년)을 선보였다. 농진청은 우리흑돈을 종돈으로 활용하면 한 해 3억9,000만원 가량(130두 수입)의 기술사용료를 아낄 수 있다고 추산한다.

박준철 농진청 축산자원개발부 양돈과장은 “재래돼지만으로는 상업목적으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재래돼지를 이용해 농가가 사업할 경제성을 갖춘 흑돼지가 나오면 현재 국내 흑돼지 시장에서 다수를 점한 버크셔종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양돈과 관계자는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의 대형 육종회사들은 종돈 구입에 로열티을 받고 있다. 재래돼지를 활용한 사업이 국내시장의 메인이 될 순 없지만 틈새시장을 형성해 파이를 키워 대응해야 한다”면서 “유통을 잘 구축해야 하는데 우리흑돈을 보급받은 농가들을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건은 재래돼지를 정하는 기준을 보편화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전국 곳곳에 분포한 재래돼지 중 적잖은 수가 교잡종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재래돼지 혈통등록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등록건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김성수 종개협 종돈사업부장은 “재래돼지의 특성을 보면 귀는 쫑긋하니 작다. 미간에 내천자를 그리는 주름이 잡히고 체형은 엉덩이 부분이 빈약하다. 등록신청을 받아 확인하면 외모심사에서 탈락이 부지기수다”라고 귀띔했다.

재래돼지의 기준 정립에 동의하지 않아 등록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한보름 송학농장 대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 같아 혈통등록을 하지 않았다”라며 “재래돼지 기준 정립에서도 종개협과 우리의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포항 송학농장이 홍성 원천마을에 기증한 재래돼지의 모습. 한승호 기자

어렵게 복원한 재래돼지의 혈통보전도 문제다. 농진청 축산자원개발부가 보유한 재래돼지 모돈은 불과 50두로 가급적 번식을 줄여 유지하고 있다. 송학농장 역시 모돈 30두를 포함해 100두 수준에서 재래돼지를 보전 중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양적 기준이 아닌 질적 기준을 경제성에 결부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다. 그때엔 재래돼지의 육질이 높게 평가받을 것이다”라며 “정부가 현재 유지 중인 재래돼지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현장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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