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 AI 불쏘시개? 동의 못 해”

[인터뷰]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
AI근본대책 마련하려면 특별법 제정해야
계열화사업 유지하며 보완체계 강구 필요

  • 입력 2017.08.20 11:52
  • 수정 2017.08.20 11:5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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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고병원성 AI로 가장 심하게 타격을 입은 가금축종이 오리다. 통계청은 매 분기별로 가축동향을 조사하는데 2013년 2/4분기 오리농가 수는 979농가에 달했다. 그러나 유례없는 AI 확산 사태를 맞으며 올해 2/4분기 오리농가 수는 469농가로 줄었다. 4년 만에 농가 수가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최근 AI 방역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리부문은 또 한 번 상처를 입어야 했다. 몇몇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리가 AI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쟁점으로 부상한 축산계열화사업 개혁에서도 오리가 빠지지 않는다. 오리농가의 계열화사업 참여율은 95% 내외에 이른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겨울을 앞두고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을 만나 현안에 관한 입장과 계획을 들어봤다.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오리부문 현황은 어떤가?

오리 산지가격은 ㎏당 8,000원 수준이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적정가격선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014년에 오리가격이 소비자 가격저항선을 넘으며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적이 있다. 앞으로 비수기인데 살처분 농장들이 재입식을 진행하고 있어 수급은 안정될 것으로 본다.

방역당국이 재입식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적잖은 농가가 입식을 못하고 있다. 청결상태를 확인하는 건 동의하지만 과한 부분이 있다. 농장 청결도 측정에 점검자의 주관이 개입되면 안 된다. 과학적으로 농장 청결도를 점검할 체계가 나와야 한다. 또, EM(유용미생물)을 활용하는 농가들은 소독을 너무 하면 좋은 미생물도 죽어 곤란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농가는 겨울철 입식을 꺼리고 있다. AI가 발생했던 농장은 이번에도 발생하면 보상금이 60%만 지급된다. 그래도 소득이 없으면 어려우니 입식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리가 AI에 취약하다며 사육 휴지기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H5N8형 AI에 걸린 오리는 증상이 나타나질 않는다. 이 유형은 오리에겐 저병원성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게 아니라 강한 게 아닌가 한다. 오리에겐 H5N8형이 저병원성이라면 체력적으로 약한 닭에게 가는 게 문제이며 역설적으로 닭농가의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오리가 AI 확산의 불쏘시개란 얘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가 특별방역지역을 중심으로 11월부터 2월까지 오리 사육 휴지기를 시행하는 걸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도 경기와 충북이 예산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준비 중이다. 오리시장의 수급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할 사항으로 본다.

농가들 중에선 AI에 걸리면 재입식까지 상당한 시간이 들고 살처분 보상금이 차감되니 휴지기를 두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종오리에서 계속 새끼오리가 나올텐데 그 오리는 어디로 가겠나? 사육하는 지역 농장에 몰려 밀식사육을 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계열사도 동참할 수 있도록 냉동비축자금 지원 등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AI확산 사태 이전에는 공급과잉 등 수급불안에 시달렸다. 이를 해소할 대책은?

육용오리가 종오리처럼 병아리를 생산하는 F1 사육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에 농식품부와 함께 조사했지만 특이사항은 없었다. F1 사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축산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금 법 체계에선 F1오리를 사육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

수급대책에 대해선 수급안정을 위한 논의 자체가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정부에서 만든 오리수급조절협의회가 있고 협회 차원에선 종오리 수급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최근 담합 얘기가 나오며 애매한 입장이다.

계열업체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화두다. 어떤 부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오리협회도 계열업체들과 회의를 갖고 농가와 자주 소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오리부문에선 전기료 인하에 따른 지원 문제를 지난해 정리 했다.

살처분보상금 지급 문제는 배분하는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다. 농식품부는 농가가 수령하는 게 맞지 않냐고 하는데 의견수렴을 해봐야 한다. 누가 수령하던 정산방식이 명확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이번 계열화사업법 개정에 반영한다니 지켜볼 것이다.

계열화사업법은 내용은 잘 만들었는데 처벌규정이 없다. 이를 보완하고 농가와 계열업체가 상생하는 체계를 마련해 산업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 과거 오리농가들은 수급불안에 산지가격이 널뛰기를 했다. 계열화사업을 하며 비교적 안정이 됐다. 100%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있겠나. 주 제도를 유지하며 부수적인 제도로 상호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계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는 영농법인으로 판로를 모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시장이 작아 판로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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